■ "원더풀 찬호"
이보다 더 잘할 수 없는 최고의 피칭이었다.
텍사스 레인저스의 박찬호가 14일 알링턴구장에서 벌어진 ‘악연의 팀’ LA에인절스와의 메이저리그 홈경기에 선발등판, 6과 3분의2이닝동안 5안타 1볼넷만 내주고 3실점으로 막아내 천금 같은 첫 승을 올렸다. 에인절스를 상대로 승수를 쌓기는 LA다저스시절인 2001년 6월6일 이후 3년10개월 만.
그동안 박찬호는 에인절스전에 6차례 등판해 5패만을 기록한 터여서 이번 승리의 값어치를 드러내고 있다. 이날 탈삼진을 6개나 잡아낸 박찬호는 방어율을 4.76에서 4.38로 낮췄으며 최고구속은 150km. 특히 자신을 상대로 3할대 타율과 10타점이상을 기록중이던 블라디미르 게레로, 개럿 앤더슨 등 천적들을 7회 강판 때까지 모두 3타수 무안타로 잠재워 이들에 대한 자신감도 완전히 회복했다.
팽팽한 투수전의 양상 속에 박찬호의 뒷심이 돋보였다. 1회를 3자 범퇴로 넘긴 박찬호는 2회에는 개럿 앤더슨, 스티브 핀리 등 강타자들을 모두 삼진으로 잡아내는 위력투구로 초반 실점 징크스를 극복했다. 그러나 3회초 2사에서 9번 숀 피긴스에 불의의 일격(우중월 솔로홈런)을 당한 박찬호는 텍사스가 3회말 곧바로 동점을 만든 데 힘을 얻어 이후 6회까지 단 1안타만 내주며 에인절스 강타선을 요리했다.
반면 4회까지 1실점으로 버티던 상대선발 풀 버드는 결국 5회에 무너졌다. 텍사스는 5회 2사 만루에서 3번 마이클 영의 주자일소 3루타와 4번 마크 테세이라의 적시타로 대거 4점을 뽑았고 6회에는 지명타자 애드리안 곤잘레스가 쐐기를 박는 솔로홈런으로 박찬호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대량득점에 긴장이 풀린 박찬호가 7회 1사에서 연속 3안타를 허용하며 2실점한 것은 옥의 티. 하지만 텍사스 홈팬들은 7회 2사2루에서 마운드를 내려오는 박찬호에게 성공적인 재기를 축하하는 기립박수와 환호를 아끼지 않았다. 텍사스는 이후 9회 2점을 허용했지만 7-5로 승리, 2연패 사슬을 끊었다.
벅 쇼월터감독은 "투구템포, 컨트롤 등 모든 것이 좋았다. 박찬호에 대한 최고의 느낌"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박찬호는 "제구와 공의 움직임이 타자를 상대하는데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았다. 정말 짜릿하다"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정진황기자 jhchung@hk.co.kr
■ 빅초이 'LA 빅쇼'/ 다저스 이적후 첫 대포…팀 승리 견인
‘빅맨’ 최희섭(LA 다저스)이 오랜 침묵을 깨트리고 마침내 홈런포를 가동했다.
최희섭은 14일(한국시각)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미국프로야구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홈경기에서 1루수 2번타자로 선발 출장, 3회말 우월 솔로 홈런을 날렸다. 시즌 6경기 만에 날린 첫 홈런이자 다저스 유니폼을 갈아입고 기록한 첫 대포. 전날까지 5경기에 나와 고작 1안타를 기록했던 최희섭은 이날 4타수2안타를 뽑아내 1할도 안되던 타율을 1할5푼8리(종전 6푼7리·19타수 3안타)로 끌어올렸다.
최희섭은 1회 첫 타석에서 깨끗한 좌전 안타를 때리며 1루에 출루, 이날의 활약을 예고했다. 하지만 최희섭은 후속 타자의 볼넷과 야수선택으로 3루까지 진루했지만 타선 불발로 득점을 올리지는 못했다.
3회말 두 번째 타석. 상대 투수 브렛 톰코의 초구를 그대로 보낸 최희섭은 2구째 변화구를 기다렸다는 듯 통타, 우측 펜스를 총알처럼 넘어가는 선제 솔로 아치를 그렸다.
슬럼프 탈출을 알리는 시원한 ‘한 방’을 날린 최희섭은 겅중겅중 다이아몬드를 돌아 홈을 밟은 뒤 하늘을 향해 손가락을 찌르는 특유의 세리머니로 기쁨을 만끽했다. 그러나 최희섭은 4회 3루 땅볼, 7회 삼진 아웃을 당하며 더 이상 안타를 추가하지는 못했다. 다저스의 4-1 승.
한편 최희섭의 광주일고 선배 김병현(콜로라도 로키스)은 뱅크원볼파크에서 열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1-1로 맞선 7회에 등판, 폭투로 결승점을 내주는 등 1이닝 동안 2안타와 볼넷 4개를 허용하며 4실점, 시즌 첫 패를
기록했다.
김일환기자 kev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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