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교황청이 차기 교황 구도를 둘러싸고 보수파와 개혁파로 나뉘어 치열한 선거전을 벌이고 있다.
18일 첫 회의가 예정된 콘클라베(추기경단 비밀회의)를 앞두고 바티칸에 모여있는 115명 추기경단은 요제프 라칭거(77·독일) 추기경을 지지하는 보수파와 카를로 마리아 마르티니(78·이탈리아) 추기경을 앞세우는 개혁파로 양분, 득표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라프가 14일 전했다.
현재까지는 ‘준비된 교황’ 라칭거 추기경을 후보로 밀고 있는 보수 진영이 기선을 잡고 있다. 이탈리아 언론들은 115명 교황 선거인단 중 40~50명이 라칭거 추기경을 지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라칭거 추기경은 적어도 추기경단의 3분의1 이상의 지지를 확보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차기 교황에 선출되려면 115명 중 77명 이상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
정통 보수파인 라칭거 추기경은 24년간 교황청 신앙교리성 수장을 지낸, 가톨릭 교회의 실세다. 13일 이혼 동성결혼 인간복제 등에 반대하는 보수적 교리를 담은 저서 ‘격변의 시대의 가치’도 출간돼 눈길을 끌고 있다. 많은 나이가 유일한 결점으로 지적되고 견제세력이 많은 게 부담스럽지만 교황 장례 미사를 집전하며 ‘부드럽고 인간적이며 감동적인’ 강론을 한 덕분에 중도파에도 상당한 지지세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맞서 진보 성향의 추기경들이 주목하는 마르티니 전 밀라노 대주교는 개혁파가 선거인단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는 게 든든한 배경이다. 그러나 정작 마르티니 추기경이 라칭거 추기경에 대적할 만한 강력한 이미지를 갖고 있지 않다는 게 개혁파의 고민이다.
2년 전 은퇴한 마르티니 추기경은 고령에다 심장질환 파킨슨병 등 건강상의 문제도 노출하고 있다. 대안으로 고드프리드 다넬스(벨기에), 코맥 머피 오코너(영국) 추기경이 주요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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