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경기회복 촉진을 위해 재정을 조기집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효과가 직접적으로 나타나야 하는 고용, 건설 등의 경기지표는 오히려 지난해보다 후퇴하고 있어 정책 효과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13일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 등에 따르면 정부는 당초 계획대로 예산집행을 앞당기고 있는 가운데 올해 쓸 수 있는 재정자금과 한국은행 차입금 한도(18조원)를 지난달 말로 소진했다. 예산과 별도로 올들어 3월말까지 7조원의 재정증권을 발행하고 한은에서 11조원을 빌려 쓴 것. 이는 예산 조기집행으로 정부의 지출은 늘었지만 그 효과가 미미해 국세수입 등이 뒤따라오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예산의 경우 올들어 3월말까지 집행실적이 연간계획 대비 28.3%로 작년 동기와 비교해 1.4%포인트 높아졌다. 그에 따른 집행액수는 48조1,00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에 비해 5조3,000억원 늘어났다.
이와 관련 예산처 관계자는 "서민과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사업 집행률이 연간계획 대비 각각 31.7%와 41.3%로 평균 집행률보다 높아 서민층의 체감경기 개선과 중소기업 경영난 완화에 기여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3월말까지 지난해 동기대비 9만8,000명이 늘어난 29만2,000명에게 교육훈련 기회와 사회적 일자리를 제공, 구직난을 완화했다"고 자체 평가했다.
그러나 재정경제부가 발표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4월치에 따르면 지난해 1, 2월 취업자가 각각 37만명, 51만명 증가한 반면 올 1, 2월은 각각 14만명, 8만명 늘어나는데 그쳐 일자리 증가폭은 오히려 둔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당국자는 또 "연초부터 사업집행 활성화를 위한 제도개선을 추진한 결과 1~2월 공모사업비중이 연간계획대비 81.1%를 기록해 전년에 비해 24.4%포인트나 증가했고, 1분기 지방자치단체 보조사업 집행도 84.2%로 전년에 비해 12.2%포인트나 증가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1~2월 건설수주는 전년 동기대비 2.6% 감소해 지난해 4·4분기에 나타났던 증가세가 다시 둔화하고 있는 상태다. 또한 중소·영세 개인사업자 비중이 높은 숙박·음식업종의 1~2월 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3.7%나 감소했으며 도·소매업과 오락·문화·운동업, 기타 개인서비스업은 각각 1.7%, 1.0% 감소하는 등 서민·중소기업 지원사업의 효과도 찾아볼 수 없는 상황이다.
한국은행 박승 총재가 최근 "고용 사정이 개선되지 못하고 있는데다 생산과 건설활동이 기대에 못미쳐 본격적인 회복이 앞당겨지기 어려울 것 같다"고 밝힌 것도 정부의 재정 조기집행 효과가 기대만큼 나타나지 못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재경부 관계자는 "지난해 1분기 경기개선 폭이 지나치게 컸고, 올 2월에는 궂은 날씨와 설 연휴 등 일시적 요인으로 고용이 악화했으며, 1·2월 정부의 재정집행은 주로 현재 진행 중인 공사에 투자되기 때문에 당장 건설수주에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며 "재정지출의 본격적인 경기부양 효과는 2분기 중에 가시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영오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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