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인도가 전략적 협력관계를 맺기로 한 것을 보면 요동치는 21세기 국제질서의 어지러움을 새삼 느끼게 된다. 핵무기를 보유한 채 국경을 마주하고 견제와 긴장으로 맞서던 두 나라였지만 이들은 교역을 더 넓히고 해묵은 국경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키로 했다. 이 지역 권력지도가 다시 그려져야 할지도 모를 ‘사건’이 아닌가 싶다. 미국은 일찍이 중국의 부상을 제어하는 일을 향후 미국 외교정책의 주요 순위에 놓고 이를 위해 인도의 전략적 지정학적 중요성을 주목해 오던 터였다.
■ 중국 견제에 인도가 긴요한 미국이지만 중국과 인도의 새로운 협력관계는 초강대국으로 독주하는 미국 일변도의 국제권력 관계를 분산시키는 그림을 그려내고 있다. 몇 년 전 미국 대외정책의 우선순위와 역점국가를 설명한 한 보고서는 그 첫머리가 중국, 다음이 인도를 명시하고 있었다. 중국 경계, 인도 관리의 중요성이 골자였다. 여기에 견주면 중국 외교의 노력은 남아시아 인도에까지 이르러 미국의 영향력에 침투하는 소득을 올린 셈이다.
■ 중국의 부상을 보는 시각은 미국의 퇴조와 연관된다. 이는 곧 중국의 위협을 미국이 얼마나 느끼는가의 문제이기도 하다. 미 조지타운 대학의 중국 전문가 로버트 서터에 따르면 아시아 지역에서 미국 퇴조론은 1970년대와 80년대 두 차례 풍미한 적이 있다. 베트남 전쟁이 끝난 후 소련의 군사적 팽창 기간이 첫 번이고, 일본의 경제력이 아시아와 미국 시장에까지 맹위를 떨치던 시기가 두 번째이다. 그리고 초강국 미국에 대항할 유일한 나라로 중국이 꼽히는 지금이 세 번째 논의이다.
■ 중국의 위협을 어느 정도로 측정하는가는 매우 중요하다. 중국이 미국에 대항할 의지를 어떻게 파악하느냐도 그에 못지않다. 이에 따라 미국의 대응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중국 경제력의 실상을 포함해 이를 면밀히 따진 후 서터의 결론은 중국위협·미국퇴조론은 아직 현실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중국은 스스로 미국에 대결적이지 않고, 미국의 ‘아시아 지분’을 부정하지 않으며, 무엇보다도 미국이 자신을 위협으로 여기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북방3각이니 남방3각이니 하는 정부쪽의 단순하고 손쉬운 재단은 이런 연구나 현실과는 동떨어진다.
조재용 논설위원 jae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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