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흙을 판다는 건가요?"탤런트인 김영회 ㈜참토원 부회장이 2002년 처음 GS홈쇼핑(옛 LG홈쇼핑·대표 강말길)을 찾아와 황토팩‘김영애의 황토솔림욕’을 들이밀었을 때, GS홈쇼핑 이미용팀의 상품 기획자(MD)들은 한숨을 내쉬었다. 김 부회장은 품질을 자신했지만 들고 온 것은 달랑 원통 속에 담겨진 황토 뿐이었다. 하지만 MD들은 여기서 물러서지 않았다.
"일회용 포장으로 바꾸고, 물에 갤 수 있는 사발과 숟가락을 넣자"는 등 제품 컨설팅에 착수했고, 내친 김에"바디제품도 개발해보라"고 조언했다. 결국 황토솔림용은 현재 패키지 제품에서 비누까지로 제품군을 늘렸다. 황토솔림욕은 첫 방송부터 8주 연속 판매 1위를 기록하는 등 지금까지 85만명에게 720억원어치를 판매하는 대히트를 쳤고 ㈜참토원은 지난달 5번째 공장을 준공했다.
GS홈쇼핑이 ‘납품하는 협력업체를 고객으로 대우한다’는 신념을 갖지 않았다면 이 같은 결실을 맺기란 어려웠을 것이다. 백화점이나 할인점보다는 중소기업에게 개방적인 홈쇼핑업체로서 GS홈쇼핑은 제품의 시장성은 엄격하게 평가하되 한번 협력업체가 되면 철저하게 지원한다는 상생 전략을 펴고 있다.
자사 브랜드(PB) 의류인‘론 정욱준’의 경우 1년간 반품 원인을 면밀히 분석, 옷 길이를 1㎝ 줄인 새 패턴을 선보이자 반품률은 20%나 줄었다. 수입 여성 속옷 ‘베르데 베로니카’ 역시 우리나라 고객들에게 몰드컵이 잘 맞지 않는다는 소비자들의 불만을 반영, 아예 사내에서 직접 피팅(사이즈를 맞추기 위한 시험 착용)에 나서기도 했다.
GS홈쇼핑은 이 같은 의견 교환을 위해 전문 전화상담 요원을 두고 정기적으로 협력업체 모니터링을 실시한다. 협력업체의 애로사항도 수렴, 지난해에는 협력업체가 까다로운 절차 없이 직접 상품을 입고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바꿨다. 또 올해부터 납품 결제일을 20일 정도로 앞당겨 협력 업체들의 유동성 부담도 덜어주었다.
올 1월 GS홈쇼핑은 판매실적이 좋고 배송 약속을 엄수한 84개 업체를 초청,‘우수 협력업체 초청행사’를 가졌다. GS홈쇼핑은 감사패를 전달하고 직원들로 구성된 그룹사운드‘네오뮤지스’가 축하공연도 열었다. 유통업체와 납품업체가 손을 맞잡을 때 공생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한 자리였다.
김희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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