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7일 교사의 초등학생 일기장 검사가 어린이 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날 그 뉴스를 접한 초등학교 교사들은 어떤 기분이었을까? 초등학교 일기 쓰기 지도는 어느 누구도 강요한 바가 없다. 교육적 목적에 따라 교사들의 자율적인 판단에 따라 진행된다. 교사들은 일기 지도의 효과에 대해 매우 긍정적으로 보며 그래서 일기 지도를 하지 않는 교사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인권위는 교사의 일기 쓰기 지도가 학생들의 양심과 사생활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하니 일기 지도의 교육적 측면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 안타까울 따름이다.
인권침해…. 우리 교사들에겐 너무 생소하기만 한 단어다. 과연 교사들이 헌법으로 규정하는 인권이라는 아동의 권리에 대해 평소 얼마나 생각을 해 보았을까? 그러나 일기 지도가 교육현장에서 큰 문제로 부각되면서 교사들도 기본권적 주체인 우리 아이들을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행여 교사들이 아이들이라고 사생활의 비밀과 권리를 함부로 하지는 않았는가? 정신적인 성장을 억압하지는 않았는가?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교직에 몸 담은 이래 오늘날까지 일기 검사는 그것이 목적하는 바에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고 자부한다.
일기는 하루의 생활이며 결과이다. 그 결과는 생각으로 이어지고 생각은 아이들에게 마음을 키우는 거름이 된다. 하나의 싹을 건강하게 키우기 위한 교사들의 땀방울이 일기장 하나하나에 묻어난다. 일기는 아이들의 거울이라고 생각한다. 그 속에서 바로 이야기를 나누며 격려와 용기와 기쁨도 전했다. 말미에 적어준 선생님의 한마디 한마디가 아이들에겐 더 없는 기쁨이었고 그래서 교사들은 바쁜 일과 속에서도 한 줄 한 줄 빼놓지 않고 적어가며 아이들과 대화했다.
일기장은 바로 교사와 아이들의 마음이 닿는 ‘만남의 장’이다. 결손가정 아이들의 아픔, 친구 문제, 갈등 등등 가정방문이 사라진 지금 교사들은 일기를 통해서 아이들을 알고자 노력한다. 그런 노력이 아동의 사생활과 비밀의 자유,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라고 속단한다면 교사들은 황당하지 않을 수 없다.
요즘 교사들은 아이들에게 날마다 일기를 쓰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아이들은 학교 수업을 마치고도 워낙 바쁘기 때문에 적어도 1주일에 2, 3번 쓰고 싶은 날을 골라서 쓰라고 한다.
일기의 범위도 생활일기, 관찰일기, 독서일기, 효행일기 등 아동들이 쓰고 싶은 글감이 충분할 때 쓰기를 권한다. 이렇게 교사들은 교육적 측면을 생각하며 교육이라는 범주에서 일기를 매우 중요시하고 있다.
교사들은 바른 품성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되는 글쓰기 교육을 위해 일기 쓰기를 선택한 것이다. 그러나 이번 인권위의 제안은 일기 쓰기 지도가 마치 학생들의 양심과 사생활의 자유를 침해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인권위의 지적에 일부 동의하는 바도 없지는 않지만 이 부분은 현장 교단을 지키는 교사들에게 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초등학교에서 일기 지도는 사라질 것인가? 이번 일기 지도에 대한 인권위의 판단은 좀더 폭 넓은 의견수렴을 통해 교육 구성원들의 공감대를 얻어야 한다고 본다.
초등학교 일기 쓰기 지도는 마땅히 교육적 판단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고 본다.
김운념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부회장충북 청주 율량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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