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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 매일 나무들에게 인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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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 매일 나무들에게 인사하기

입력
2005.04.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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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공공주택 단지 안에는 약 150가구가 산다. 이곳에 신도시가 생기자마자 지은 공동 주택이라 나무들 역시 처음 옮겨 심었을 때보다 많이 굵고 가지도 무성하다.

올해는 봄꽃이 늦다더니 지금이 한창이다. 나는 일을 하다가 낮에 꼭 한번 단지 안을 둘러본다. 제일 바깥쪽으로 돌면 5분쯤 걸리고, 동과 동 사이를 지그재그로 돌면 10분쯤 걸린다. 가을과 겨울엔 제일 바깥쪽으로 돌던 것을 요즘은 지그재그로 돈다. 각 동마다 그 앞 정원에 피어 있는 꽃나무들을 보기 위해서다. 개나리, 진달래, 키 작은 민들레꽃도 예쁘고 반갑지만 특히 눈여겨보는 보는 꽃은 살구꽃과 자두꽃이다. 이 단지에 들어와 산 지 7년이 되었다. 그 7년 동안 나는 오월이면 왕버찌를 따먹고, 유월이면 매일 매화나무와 살구나무 아래로 간다. 또 칠월과 팔월엔 하루에도 몇 번 자두나무가 있는 곳으로 간다.

요즘 매일 단지 안을 지그재그로 산책하는 것은 저 나무들의 꽃이 피고 떨어지고 그 자리에 콩알만한 열매가 매달려 하루하루 몸을 키워가는 모습을 보기 위해서다. 그것은 내게 우리 아래층 귀여운 꼬마의 얼굴을 매일매일 보는 것만큼이나 새롭고 즐거운 일이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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