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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멤논' 틀을 깨다/ 마르마리노스 연출…23일부터 서울 예술의 전당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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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멤논' 틀을 깨다/ 마르마리노스 연출…23일부터 서울 예술의 전당서

입력
2005.04.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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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비극의 정수 ‘아가멤논’이 23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막을 올린다.

‘아가멤논’은 아이스킬로스의 희곡 3부작 ‘오레스테이아’의 첫 자리를 차지하는 작품. 아르고스의 왕 아가멤논이 여신 아르테미스에게 자신의 딸 이피게니아를 제물로 바치고 트로이 원정을 떠나 전쟁을 승리로 이끈 후 자신의 아내 클리템네스트라에게 죽임을 당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이번 무대는 ‘엘렉트라’ ‘메디아’ 등 고전 비극들을 현대적으로 해석해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그리스 연출가 미하일 마르마리노스(49)가 국내 배우들과 함께 꾸민다. 하루 10시간 넘게 배우들과 뒹굴며 땀을 흘리고 있는 그의 연출방식은 박제가 된 그리스 고전의 무의미한 반복을 거부하는 연극철학에 걸맞게 지극히 현대적이다.

배우들은 튜닉(고대 그리스인들이 입었던 치렁치렁한 옷)이 아닌 평상복 차림으로 등장하고, 과장되지 않은 분장에 일상 대화체 같은 대사를 읊는다. 무대 세트는 책상 서너 개가 전부. 아가멤논이 록 가수처럼 열창하는 장면도 펼쳐진다.

마르마리노스가 극의 중심에 둔 것은 코러스의 역할. "지금 여기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여러 생각과 고통을 담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원전과 달리 코러스는 일사불란하지 않고 각각의 개성에 따라 연기한다. 아가멤논과 클리템네스트라, 예언자 카산드라는 자연스레 중심에서 비켜났다.

관객들도 코러스의 일원으로 극에 참여한다. 시작 부분인 아가멤논의 개선파티 장면과 아가멤논, 카산드라가 죽는 부분에서 관객들이 무대로 불려 올라온다. 연극이 일상과 괴리된 것이 아닌, 바로 현실이라는 것을 체험토록 하기 위해서다.

연출가가 배우들에게 요구하는 것은 전혀 계산되지 않은, 즉각적인 반응의 연기다. 이를 위해 술래잡기라는 독특한 연습방식을 동원하고 있다. 술래에게 잡힌 배우는 곧바로 노래가 튀어나와야 한다. 말보다 몸에서 감정을 끌어내는 훈련을 통해 사실적 연기를 넘은, 사실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대본은 기본 줄기만 있어 배우들의 자율성에 많이 의지하는 식이다.

"‘아가멤논’을 통해 한국과 그리스 문화의 교류점을 찾고 싶다"는 마르마리노스의 의도는 대사뿐만 아니라 노래와 배우들의 동작서도 묻어날 것이다. 우리 민요인 ‘뱃노래’와 대중가요 ‘돌고 돌고 돌고’ 그리고 애국가가 그리스 작곡가 드미트리스 카마로토스의 음악과 어우러지고 우리의 전통 춤사위도 선보인다.

코러스에 남명렬 손진환 안순동 박지아 등 10명이, 아가멤논 역에 박정환, 클리템네스트라 역에 김수진, 카산드라 역에 장영남, 파수꾼 역에 최우성이 출연한다. 공연은 5월11일까지. (02)580-1300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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