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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자 춘추]‘웰빙’보다 ‘환경’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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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자 춘추]‘웰빙’보다 ‘환경’이 먼저다

입력
2005.04.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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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한 기회에 산부인과 불임 전문의와 대화를 나누다 놀라운 이야기를 들었다. ‘정자’에 관한 이야기였다.

건강한 정자가 14% 이상이면 정상임신이 가능하고, 그 이하는 인공수정, 4% 이하면 시험관 아기를 시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정자 열 마리 중에 한두 마리만 건강하면 된다는 얘긴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비율이 10% 이하인 불임 남성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고 했다.

불임 전문의인 그는 하루에도 몇 번씩 울면서 진료실을 나가는 환자 부부들을 본다고 말했다. 나 역시 아이를 가질 예정인 가장으로서 겁부터 덜컥 났다. 건강한 2세를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 물어보니 당연하게도 술과 담배를 ‘단호하게’ 끊어야 한단다. 그런데 이상한 건, 옛날의 우리 아버님들은 안방이건 마루건 가리지 않고 담배를 피우고 커다란 네 홉들이 소주를 반주로 마셔왔는데, 왜 웰빙이다, 금연이다 하며 자기 몸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수두룩한 요즘, 정자 기형의 경향이 훨씬 많이 나타나고 있는 걸까.

그분은 현대사회의 환경적 병폐 때문이라고 한다. 빠르고 복잡한 현대사회에서 인간은 은연중에 일정량 이상의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데, 그 위에 술 담배는 불에 기름을 붇는 격이라고 설명했다. 그런 면에서 남자의 정자 기형도는 현대사회의 유무형적 오염도를 측정하는 척도라고 할 만하다. 환경이란 어떤 면에서 우리에게 가장 치명적인 피해를 입힌다. 그런데 환경문제의 절실함은 실감하지 못한다. 어쩌면 기본적인 ‘먹고 사는 문제’일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조금은 개인주의적인 웰빙 열풍에 동조하기보다는 집 앞에 나무 한 그루라도 더 심는 게 필요한 요즘이다.

김양수 월간 페이퍼 기자 만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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