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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향기자의 씨네 다이어리/ '대안가족'의 진한 가족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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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향기자의 씨네 다이어리/ '대안가족'의 진한 가족애

입력
2005.04.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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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기 2150년 4월14일에 전해드리는 뉴스입니다. 오늘 전국에서 ‘가족자격고시’가 치러졌습니다. 특히 내년부터는 응시 기회가 3번으로 제한되고 응시 하한 연령도 35세로 대폭 낮아짐에 따라, 이미 여러 번 시험에서 낙방한 소위 장수생과 고령 지원자 사이에는 올해 떨어지면 평생 혼자 살아야 한다는 위기감이 팽배해 시험장 곳곳에서는 긴장감이 감돌았습니다. 일곱번째 도전했다는 한 수험생을 만나보겠습니다.

A씨: 한 때는 가족이 무슨 필요가 있나 생각했어요. 그런데 마흔이 넘으니 혼자 살 수가 없더라구요. 이제 가족을 이루고 싶은데, 합격한다 해도 요즘 합격자들은 너무 어려서 가능할 지 모르겠어요.

가족의 의미가 퇴색하고 두·세 집 살림, 근친상간, 패륜, 비정상적인 이복 형제 자매들이 난무하는 소위 ‘콩가루 가족’이 일반화 하는 등 심각한 사회혼란을 겪은 끝에 20년 전 시작된 ‘가족자격고시’는 이해심, 외모, 재력 등 다섯 개 항목에 대한 심층적인 평가를 거쳐 실시됩니다. 이 시험에 합격하면 가족을 이룰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며, 그 해 합격자 중 자유연애를 통해 가족을 이룰 수 있습니다."

무자격 부모, 자식이 판치는 것을 보며 갑자기, 아무나 가족을 이룰 자격이 있는 건 아닐 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펼쳐본 상상의 나래였다. 가족의 의미는 특히 요즘, 영화가 파고 드는 주제다. 눈물바람을 가미해 ‘미우나 고우나 내 가족’이라는 식의 가족 신화를 재정립하려는 노력이 대부분이지만, 그 반대편에 등장하고 있는 전복적인 대안 가족의 등장도 심상치가 않다.

진짜 딸에게는 외면 받았지만, 자기가 훈련시키는 권투 선수를 딸처럼 여기며 헌신을 다 하는 노인(‘밀리언 달러 베이비’), "네가 결혼하는 거 보기 전에는 절대 안 죽는다"고 조카에게 다짐하는 게 꼭 아빠 같은 삼촌(‘잠복근무’), 정신분열로 아빠에게 괴롭힘 당하는 소녀를 목숨을 걸고 구출해 내는, 친부모보다도 헌신적인 그냥 아는 아줌마(‘숨바꼭질’), 남자가 없어도 이웃이 없어도 가족처럼 서로를 의지해 사는 다섯 명의 할머니들(‘마파도’)은 모두 대안가족의 틀 속에서 전통적인 가족보다도 더 진한 가족애를 나누며 살고 있다.

죽 지켜보면, ‘가족자격고시’까지는 아니어도 미래의 가족은 어쨌든, 지금까지처럼 희생하는 부모와 효도하는 자녀로만 구성되지는 않을 것 같다는 희미한 예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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