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딱하기 그지없는 CIA출신 예비 장인 잭(로버트 데니로)의 혹독한 신고식을 좌충우돌 끝에 통과했던 남자 간호사 그렉(벤 스틸러)은 과연 무사히 결혼에 성공했을까.
1편이 개봉하고 5년이라는 꽤 긴 시간을 흘렀지만 그는 결혼이라는 목표점에 도달하기는커녕 양측 부모의 상견례라는 또 하나의 넘기 힘든 산을 앞에 두고 있다. 백수로 유유자적하며 살고 있는 아버지 버니(더스틴 호프만)를 변호사라고, 섹스 치료사인 어머니 로즈(바브라 스트라이샌드)를 저명한 의사라고 속인 것부터가 그렉의 험난한 길을 또 한번 예고한다.
아니나 다를까. 깐깐한 잭의 눈을 속이기는 쉽지 않다. 순간순간이 위기일발이다. 승부보다 삶에 대한 열정을 중시하는 자유분방한 그렉의 부모와 "초강대국 미국을 키운 것은 경쟁심"이라고 주장하는 절제된 삶의 잭은 사사건건 부딪히며 파열음을 낸다. 여기에 자신을 쏙 빼닮은 히스패닉계 소년이 등장하면서 그렉은 파혼이라는 극한의 위기에 처한다.
‘미트 페어런츠2’는 미국인들조차 민망해 하는 욕설과 유사한 발음의 성(姓)을 아예 원제(Meet The Fockers)로 사용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전작보다 농도 짙은 ‘화장실 유머’를 선보인다. 사돈 될 사람들 앞에 아들이 ‘첫 경험’을 한 여인을 천연덕스럽게 소개하는 장면과 모유를 실수로 들이키는 모습은 그나마 애교로 넘길만하다. 그러나 돌을 막 지난 천진난만한 아기의 입에서 혀 짧은 욕설이 몇 차례 터져 나올 때는 씁쓸한 웃음을 감추기가 쉽지않다.
더스틴 호프만, 바브라 스트라이샌드 등 한 시대를 풍미했던 대배우들을 출연시켜 지나치게 가벼우면서도 노골적으로 웃기는 극 전개에 균형을 잡는다. 그러나 능청스러운 연기에도 불구하고 세월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추락해 버린 노년 배우의 초라함을 보는 듯해 조금은 안쓰럽다. 극단적인 설정이 만들어내는 극단적인 웃음을 아무 생각 없이 키득거리며 즐길 수 있는 영화다. 그러나 강약 없는 115분의 상영시간은 좀 길게 느껴진다. 미국에서는 지난해 12월24일 개봉해 3주 동안 2억5,000만 달러를 벌어들여 크리스마스 시즌 최고 흥행 기록을 세웠다.
‘오스틴 파워 제로’(1997)로 데뷔한 제이 로치 감독이 1편에 이어 메가폰을 잡았다. 15일 개봉. 15세.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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