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 "극장요? 못 간지 벌써 5년은 넘었죠. 첫째 낳은 이후로 한 번도 못 간 셈이에요. 영화 한 편 보겠다고 아이를 어디 맡길 수도 없고. 지금은 돌 지난 둘째까지 있으니 앞으로도 한참 동안 극장 구경은 물 건너 간 거죠."(두 자녀를 둔 결혼 6년차 주부)
#2 = "아이구, 멀티플렉스라는 데 나처럼 나이 든 사람은 두통이 도져서 못 가겠어. 극장들이 다들 쇼핑몰 안에 있더라고. 젊은 애들이 바글거리는데, 그 아이들 뚫고 극장까지 가는 것도 문제거니와 그 애들이랑 섞여서 매표소 앞에 줄 서는 것도 참 민망하고. 한 번 가 보고는, 다시는 못 가겠더라구."(60대 남성)
극장이 늘어나고 관객층이 두터워졌다고 하지만, 이처럼 여러 가지 여건 상 극장을 찾기 힘든 이들은 여전히 많다. "1,000만 관객 대열에도 동참하지 못했다"며 안타까워 하는 이들이다. 극장가와 영화 제작사에게 이들은 영화를 볼 의향은 있으나 여건이 따라주지 않아 망설이는, 엄청난 잠재 고객이기도 하다. 2007년께 극장이 포화 상태에 이른다는 분석으로 위기감이 감도는 가운데 이들 잠재 고객을 극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전쟁이 시작됐다. 주된 대상은 주부들과 중장년층이다.
◆ 아이 걱정 말고 영화 보세요
12일부터 6월21일까지 롯데시네마에서 여는 ‘엄마랑 아가랑’ 행사는 어린 자녀를 둔 가족관객을 끌어들이려는 전략의 일환이다. 매주 화요일(오후 9시) 전국 모든 극장(명동 에비뉴엘관, 목포관 제외) 중 한 개 관을 아기와 함께 영화를 관람할 수 있는 자리로 꾸미며 자녀에게는 따로 한 개의 좌석이 주어진다. 생후 48개월 이하 자녀를 동반할 수 있으며 자녀 1명까지는 무료 입장이 가능하고 자녀 2명을 동반할 때는 1명분의 요금을 추가로 내야 한다. 조만간 에비뉴엘관에서도 실시할 예정이다.
롯데시네마 마케팅팀은 "지난 해 11월 처음 행사를 열었는데, 자녀 때문에 극장을 찾지 못했던 이들의 호응이 커 또 다시 준비했다"며 "모두가 아이를 데리고 오기 때문에 설사 아이들이 떠들고 좀 시끄러워도 이해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음향을 통상의 80%로 낮추고, 조명도 좀 밝힌다. 작품도 ‘마파도’(12일) ‘미트 페어런츠2’(19일)처럼 주로 코미디, 가족물 위주로 선정한다.
주부들의 영화관람을 위해 탁아시설을 마련하는 경우도 있다. 8~15일 서울 신촌 아트레온 극장에서 열리는 서울여성영화제는 여성 관객의 관람을 돕기 위해 극장 14층에 탁아시설을 마련하고 있다. 보육교사 2명이 상주하며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30분까지 운영한다. "서울여성영화제는 아이 걱정 없이 볼 수 있다더라"는 소문이 나, 주부 관객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 무한한 잠재 고객층 중·장년을 잡아라
사실, 인터넷으로 예매하고 길게 줄을 서서 표를 받은 후 영화를 보는 일은 나이 지긋하신 분들께는 쉽지 않다. 하지만 ‘실미도’ ‘태극기 휘날리며’서부터 최근의 ‘마파도’까지 중·장년층의 호응이 영화 흥행의 변수로 작용하면서 이들을 끌어들이려는 시도가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다.
극장 체인 CJ CGV는 구로점 인천점에 40대 이상 관객의 경우 줄을 서지 않아도 바로 티켓을 받을 수 있는 ‘카네이션 창구’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는 시범적인 운영이지만, 가족 관객의 증대 효과가 의외로 커 확대 운영을 고려하고 있다.
부모님과 함께 오면 티켓할인, 경품지급 등의 혜택을 주는 이벤트도 이어지고 있다. 여운계, 김을동 등 중견 배우의 출연으로 중·장년층에게 인지도가 높은 ‘마파도’는 5일부터 부모님을 모시고 영화를 관람하면 건강음료를 선물하는 효도티켓 패키지를 판매하고 있다. 준비된 티켓 1,000장 중 이미 90% 가량이 판매될 정도로 호응이 높다. 고두심 주연의 ‘엄마’도 어머니를 모시고 오면 관람료를 할인해 주는 행사를 준비 중이다.
잠재고객 끌어들이기는 물론 시장의 전체 파이 크기를 늘려야 한다는 절박함에서 시작됐다. 대형 멀티플렉스를 중심으로 한 경쟁적인 극장시설 확대 후유증으로 조만간 문 닫는 극장이 속출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영화제작비용 증가율에 비해 수익 증가율이 둔화하면서 영화산업 전반이 위기를 맞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때문에 새로운 관객 창출은 매우 절실한 문제.
CGV 이상준 마케팅 팀장은 "1년에 5편 보던 이가 7편을 보도록 하는 식으로 기존 관객의 영화관람 횟수를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관객 수요를 창출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특히 40대 이상 관객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지향기자 mis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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