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자본 규제와 관련된 비유 하나가 요즘 화제다. 이른바 서울 동대문시장의 허브론(論)이다. ‘동대문시장에선 대기업이나 유명 브랜드만 취급하지는 않는다. 싸구려도 있고 잡상인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과 돈이 몰린다. 허브란 바로 그런 것이다.’
동북아 허브를 지향하는 한국 정부가, 불행히도 외국인의 눈엔 경제적 국수주의로 비춰지고 있다. 논란의 도화선이 된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의 최근 보도가 ‘5%룰’을 오해했든 과장했든, 한국 정부가 외국자본의 투기적 행태에 메스를 가하려 하는 것, 그리고 보도대로 이런 흐름을 외국인들이 ‘위선적’으로 본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한국이 꿈꾸는 허브가 ‘조세피난처’도 아닌 바에야 외국자본의 그릇된 행태를 제한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문제는 정부가 총대를 잘못 메 외국자본과 불필요한 대립각을 세우게 됐다는 데 있다.
시장에서 외국자본(기업)과 맞서야 하는 주체는 국내자본(기업)이다. 해외 투기자본으로부터 경영권을 방어해야 할 당사자도 국내자본이고, 외국기업으로부터 시장을 지켜야 하는 쪽도 국내기업이다. 하지만 ‘외국자본 대 국내자본’의 싸움에서 국내자본은 뒤로 빠졌고, 결국 ‘외국자본 대 한국 정부’의 대결구도가 되어버린 것이다.
정부대책도 종합적으로 ‘원 샷’에 끝냈어야 했다. 은행의 외국인이사수 제한, 유상감자 엄격화, 과잉배당금지, 5%룰 등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조각조각 대응하려다 보니, 결국 누더기 대책이 되고 ‘과잉규제’로 부풀려지게 됐다.
정직·순결한 자본만 입장시키는 허브란 이 세상에 없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뒤로 빠지고 자본끼리, 기업끼리 시장에서 치열하게 싸우도록 해야 한다.
이성철 경제과학부기자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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