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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임이사국 진출 물건너갔나/ 좌절하는 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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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임이사국 진출 물건너갔나/ 좌절하는 日

입력
2005.04.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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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진출을 위해 총력 외교를 펼치고 있는 일본이 커다란 좌절감을 맛보고 있다. 상임이사국 진출은 이미 물 건너갔다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11일 상임이사국 확대를 반대하는 ‘합의를 위한 단결(Uniting for consensus)’모임에 한국 이탈리아 등 무려 119개 유엔 회원국이 몰려들었다. 상임이사국인 중국의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는 인도에서 일본의 자격 미달을 직접적으로 비난했다.

게다가 미국의 존 볼튼 차기 유엔대사 지명자는 11일 상원 외교위 인준 청문회에서 "안보리 개혁 자체가 곤란하다"고 증언해 일본을 또다시 당황하게 만들었다. 일본이 최대 지원자로 여겼던 미국은 이미 안보리 확대 결론도출을 위한 기한(오는 9월까지)을 설정하는데 반대하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최근 주변국을 상대로 갈등을 일으키는 일본의 상임이사국 진출을 회의적으로 보는 국제여론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상황이 당초 일본의 구상과는 정반대로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1990년대 초반부터 상임이사국 진출에 열심이었던 일본은 올 해를 놓치면 또다시 십수년을 기다려야 한다는 절박감으로 필사적인 노력을 기울여왔다. 최상의 동맹관계인 미국의 힘을 빌려 중국과 러시아를 설득하고 표밭인 아프리카와 남미 국가들을 공략하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이 일본에게 유리한 안보리 확대안을 발표하자 속전속결로 결정짓겠다는 자신감을 표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같은 일본의 전략이 너무 안이했다는 지적이 국내에서도 나온다. 가장 큰 실수는 미국을 너무 믿었다는 점이다.

미국이 겉으로는 일본의 상임이사국 진출을 찬성해 왔지만, 기본적으로 미국의 입지를 축소시키는 안보리 확대 자체를 원하지 않는다는 속내를 놓치고 말았다. 이 때문에 한국과 중국 등을 설득하는 작업이 소홀했고 오히려 적대관계를 조장하는 어리석음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일본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집단적 자위권’을 인정하는 안보리 상임이사국에 도전하면서 이를 부정하는 자국 헌법 개정을 마무리 짓지 못한 미비점도 지적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상임이사국 확대를 반대하는 모임에 예상보다 훨씬 많은 국가들이 참여한 것에 대해 "참가한 모든 국가가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득표운동을 계속할 방침을 밝혔다. 이에 대해 마이니치(每日)신문은 13일 사설에서 "정부가 어떻게 든 상임이사국 진출에 성공하겠다는 생각이라면 중국, 한국과 마주앉아 갈등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도쿄=김철훈특파원 chkim@hk.co.kr

■ 獨 "日때문에…"

일본의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에 대한 한국과 중국의 반대로 독일이 엉뚱한 피해를 입고 있다.

독일은 안보리 진출을 위해 미국, 일본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유엔 분담금을 내왔고 국내의 반대여론을 무릅쓰고 아프가니스탄에 평화유지군도 보냈다. 또 지난 2월 말 레바논 시아파 무장단체인 헤즈볼라와 이스라엘의 수감자 맞교환을 성사시켜 중재자 능력도 인정받았다. 지난해 아시아 지진해일에는 원조금으로 5억 유로를 선뜻 내놓기도 했다.

독일 정치지도자들은 유대인 학살과 2차대전 전쟁책임에 대해 기회 있을 때마다 사죄해 주변국들로부터 신뢰도 얻었다.

안보리 기존 5개 상임이사국 중 미국을 제외한 프랑스, 영국, 러시아, 중국은 독일의 상임이사국 진출은 지지하는 입장이다. 미국 메릴랜드대학이 세계 23개국 2만3,51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독일은 새 상임이사국 자격 1위였다.

그런데 상임이사국 진출을 위해 공조해온 일본이 역사 교과서, 영토 문제 등을 놓고 중국, 한국 등과 대립해 비난의 표적이 돼버렸다. 상임이사국 진출을 노리는 일본, 독일, 인도, 브라질 등 이른바 ‘G4’에서 한나라만이라도 국제사회에서 거부당하면 복잡 다난한 안보리 개혁 자체가 실현되기 어렵다.

이 때문에 멜로크 브라운 유엔 사무총장 비서실장은 13일자 파이낸셜 타임스와 인터뷰에서 "독일이 중국과 일본의 극한 대립 사이에 낀 인질이 되고 말았다"고 말했다.

독일은"상임이사국이 되면 모든 사안을 주변 유럽 국가와 논의해서 결정하겠다"고 권한 분점까지 제안했지만 상황은 좋지 않은 쪽으로만 흐르고 있다. 호르스트 쾰러 독일 대통령은 지난 4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에게 "한국 등 갈등을 겪고 있는 국가와 적극적으로 대화에 나서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 모범적인‘과거사 청산’/ 獨, 나치 희생자에 80조원 배상금 지불

독일은 과거사 청산의 모범적 국가로 평가 받고 있다. 지도자들이 기회가 있을 때마다 과거를 사죄했고 나치 희생자들에게 수백억 유로에 이르는 배상금을 성실히 지불해왔기 때문이다.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고 침략의 역사를 왜곡하는 일본과는 대조적이다.

청와대는 노무현 대통령의 독일 방문을 계기로 독일의 과거사 청산에 대한 자료를 공개, 말로만 사죄하고 행동은 다르게 하는 일본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독일 연방 재무부 보고서에 따르면 독일은 1953년 10월 ‘연방 보충법’ 발효 이후 2003년까지 나치시대 희생자들에게 총 614억 유로(79조 8,200억원)에 이르는 배상금을 지불했다.

독일은 ‘희생자가 생존하는 한 배상한다’는 원칙에 따라 앞으로도 최소한 100억 유로 이상의 배상을 추가로 할 예정이다.

독일은 정치·종교·인종·사상 차별로 인한 피해자 보상을 위해 ‘나치정권 희생자 연방배상법’을 만들었고 이를 근거로 지금까지 435억 8,800만 유로를 지불했다. 통일 이후에는 연금형태 배상법(1992년)과 나치정권 피해자 배상법(1990년)을 제정, 동독에 거주하는 바람에 조치를 취하지 못했던 피해자 등에게 배상했다. 2000년에는 나치시대 강제 노역자 및 재산 피해자에 대한 재정적 배상을 위해 정부와 참여 기업이 각각 50억 마르크를 출연해 ‘기억·책임·미래재단’을 만들기도 했다.

물적 배상만 철저했던 게 아니다. 진실한 사죄는 독일의 정신을 고결하게 보이게 했다. 독일의 역대 지도자들은 전쟁 피해국을 방문하거나 유태인 강제수용소 현장을 방문할 때마다 나치 시대의 만행을 사죄했다.

빌리 브란트 총리는 1970년 폴란드를 방문했을 때 바르샤바 유태인 위령탑 앞에서 무릎을 꿇음으로써 전세계에 독일의 과거사 청산 의지를 전달했다. 헬무트 콜 총리가 1984년 2차대전 중 희생된 프랑스인들의 묘지에서 프랑수아 미테랑 프랑스 대통령과 손을 잡는 화해의 제스처를 보인 뒤 양국 관계는 더욱 개선됐다. 또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는 지난 10일 독일 바이마르 국립극장에서 열린 부헨발트 강제수용소 해방 6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우리는 가장 수치스러운 것으로부터 많은 걸 배울 수 있다"며 거듭 사죄의 뜻을 밝혔다.

독일은 또 전범 및 나치 비밀 경찰 등을 엄중히 처벌했다. 청와대는 "독일은 철저한 과거사 청산을 통해 주변국들과 화해했다"고 설명했다.

베를린=김광덕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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