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학과 전문의 더글라스 파라고(40)가 미국에서 격주로 뉴스레터 서비스를 한 지 벌써 5년 째다. 의사와 간호사, 제약회사 임원 등 의료업계 종사자 6,000여 명이 받아보는 이 소식지가 재미있다. 영화 ‘터미네이터’의 여주인공 사라 코너가 방광염이 만연한 미래사회를 건강한 사회로 되돌리기 위해 현재로 왔다는 얘기, 록 밴드‘영양섭취’가 ‘어머님들, 아이는 의사로 만들지 마세요’ 등의 히트송을 모은 베스트 앨범을 냈다는 소식, 하트를 품은 자궁 사진을 첨부한 밸런타인 데이 카드 등등.
파라고 박사는 독자들의 인기에 힘입어 그간 보낸 뉴스레터를 모아 ‘플라시보 연대기’라는 책을 냈다. ‘플라시보’는 불면증 환자에게 수면제라며 밀가루 환약을 주는 경우처럼 유효성분은 없지만 심리치료 효과가 뛰어난 가짜약을 뜻하는 말이다. 그는 12일 A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보통 사람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의술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서 알려드리고 싶었고, 의사로 산다는 것의 어려움과 병을 치료할 때 느끼는 보람을 전달하고 싶었다"고 출간 동기를 밝혔다.
미국에서는 의료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지는 추세다. 국내에도 방영된 의료 드라마 ‘E.R.(응급실)’이 엄청난 인기를 모았고 병원을 무대로 한 시트콤도 줄줄이 제작됐다. "의사라는 직업에 대해 궁금해 하는 사람이 많다는 의미"라고 파라고 박사는 분석한다.
그는 ‘플라시보 연대기’에서 의료 분야를 재미있게 설명하면서 의사들의 고민과 의료현장의 에피소드도 털어놓았다. ‘의사들이 사는 법’을 코믹한 비유와 패러디로 묘사한 것이다.
병원이라고 하면 고름이 줄줄 흐르고, 살이 구멍이 뚫리고, 배는 복수가 차서 남산만하게 부풀어오른 환자들의 끔찍한 장면부터 연상하기 마련인데 "그런 선입관이 아니라 환자 치료는 기쁘고 즐겁고 의미 있는 일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파라고 박사는 설명한다. "제 책은 병원이라는 콘서트 무대의 뒷얘기입니다. 독자들도 이 책을 읽으면서 정신의 피로를 웃음으로 치유하시기 바랍니다."
김지영기자 kimj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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