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이 다른 장기로 퍼지는 것을 막는 유전자의 메커니즘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세계 처음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이 유전자를 인위적으로 조절함으로써 암의 전이(轉移)를 차단할 수 있는 항암제 개발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서울대 생명과학부 백성희(35·여·사진) 교수는 13일 "동물실험을 통해 몸속에 있는 KAI 1 유전자가 베타카테닌과 Tip60이라는 2개의 단백질에 작용, 암 전이를 억제하는 작용원리를 규명했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 암정복추진연구개발사업의 하나로 이뤄진 이번 연구결과는 이날 영국의 세계적인 과학전문지 ‘네이처(Nature)’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KAI 1 유전자가 정상 조직이나 전이 전 단계의 암 조직에서는 잘 나타나지만 전이단계 암에서는 잘 나타나지 않는 점에 착안해 이 연구에 착수했다. 연구팀은 KAI 1 유전자가 있는 전립선암 세포주를 투여한 쥐와 이 유전자가 없는 쥐를 비교하는 실험을 실시해 유전자가 있는 쥐가 암세포의 폐 전이 비율이 10% 정도 감소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일반적인 쥐의 경우 전립선암 전이율은 30~40% 정도이다.
Tip60이라는 단백질은 KAI 1 유전자의 암 전이 억제기능을 돕는 데 전이단계에 돌입하면 Tip60 단백질이 감소하면서 베타카테닌이라는 단백질이 증가, KAI 1 유전자의 기능을 떨어뜨리는 것으로 확인됐다. 체내 베타카테닌 단백질이 늘어나면 Tip60 단백질이 줄어들어 KAI 1 유전자가 정상적 기능을 수행하지 못함으로써 암 전이가 촉진되고, 반대로 베타카테닌이 감소하면 Tip0이 증가해 KAI 1 유전자가 암 전이 억제기능을 한다는 것이다.
이 메커니즘을 적용하면 전립선암뿐 아니라 유방암 대장암 등의 전이를 막는 치료제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백 교수는 "이번 연구는 암의 마지막 단계에서 공통적으로 발생하는 전이를 직접 차단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한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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