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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통합 문제에 민감한 여론 '눈치'/ 'EU·Euro' 英총선 금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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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통합 문제에 민감한 여론 '눈치'/ 'EU·Euro' 英총선 금기어

입력
2005.04.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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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자는 입밖에도 내지 마라.’

다음달 5일 총선을 앞두고 영국 정치권에서는 유럽연합(European Union·EU)과 유럽단일화폐인 유로(Euro)의 첫 글자인 ‘E’의 사용이 금기시되고 있다. 유럽통합을 정치쟁점화했다가는 유럽통합 문제를 주권과 결부시킬 만큼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여론의 뭇매를 맞을 수 있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가 이끄는 집권 노동당은 4주간의 선거정국이 시작된 11일부터 이들 단어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다. 그렇잖아도 이라크전과 친미외교로 비난받고 있는 마당에 엄청난 정치적 폭발력을 갖고 있는 ‘E 선거’로 도박을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블레어 총리는 압도적으로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임기 중 총리직을 고든 브라운 현 재무장관에게 넘겨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어 반드시 총선을 압승으로 끝내야 하는 상황이다.

그는 사상 초유의 노동당 3연속 집권과 노동당 출신 첫 3선 총리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유로화 채택’이라는 전통적인 공약을 뒤로 하고 경제성과와 의료 교육 범죄예방 등 공공서비스 정책을 알리는 데 매진하고 있다.

‘E’자를 꺼리기는 야당도 마찬가지다. 마이클 하워드가 이끄는 제1 야당인 보수당은 2001년 총선에서 EU 헌법과 유럽통합 반대에 적극 나섰다가 참패한 뼈아픈 경험을 갖고 있다.

제2 야당 자유민주당도 EU 헌법과 유로화 도입에는 찬성하지만 노동당과 마찬가지로 한 표라도 더 얻기 위해 몸을 사리고 있다.

고성호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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