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이광재 의원 감싸 주는 감싸원이냐."
감사원이 12일 철도공사의 러시아 유전개발 의혹에 대한 중간조사결과를 발표했지만, 조사 결과를 떠나서 이광재 의원을 대하는 태도를 두고 뒷말이 쏟아졌다.
감사원은 11일 오후 이 의원을 3시간여 동안 조사했지만, 이를 언론에 알리지 않았다. 감사원이 그 동안 김세호 건설교통부 차관, 왕영용 철도공사 사업개발본부장, 권광진 쿡에너지 사장에 대한 조사를 공개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더욱이 다른 관련자들은 모두 감사원으로 불렀지만, 어찌 된 영문인지 이 의원은 국회로 직접 찾아가 방문 조사를 벌였다.
이 의원에 대한 감사원의 특별 대우는 이번만이 아니었다. 사건이 처음 불거졌을 때부터 이 의원의 연루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지만, 감사원은 "현재까지 이 의원의 연루 사실은 없다"고 이례적으로 밝혔다. 의혹이 확산돼 이 의원이 "감사원이나 검찰이 부르면 언제든 응하겠다"고 큰소리 칠 때도 감사원은 "조사 계획이 없다"고 목소리를 낮췄다. 주객이 전도된 풍경이었다. 감사원이 "2월 말부터 내사에 착수했다"고 밝힌 대목도 구설수에 올랐다. 감사원이 지난해 11월 첩보를 입수, 11월 말부터 조사에 들어갔던 게 한나라당에 의해서 밝혀졌기 때문이다.
감사원의 소극적이고 미적지근한 태도가 의혹을 확산시켰다는 게 중론이다. 말 못할 속사정이 있었던 것일까, 아니면 실세 앞에서 알아서 기었던 탓일까. 감사원 안팎에선 "이번 사건의 가장 큰 피해자가 감사원"이라는 자조마저 나온다.
감사원은 공직기강의 마지막 보루다. 하지만 실세 앞에 납작 엎드린 감사원이라면 어느 국민이 믿음을 주겠는가.
송용창 정치부기자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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