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인도가 경제를 중심으로 전략적 협력관계 구축을 선언했다. 오랜 지정학적 경쟁관계인 두 나라가 경제적 국익을 위해 손을 잡은 것은 동아시아에서 진행되는 21세기 국제질서 재편 과정의 큰 사건이다. 수십년 안에 세계경제 2·3위 대국으로 성장할 아시아 거대국의 전략적 제휴는 미국 중심의 국제질서를 다극 체제로 변화시키는 데도 중요 변수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질서 재편기의 혼돈에 처한 우리도 크게 주목할 일이다.
두 나라가 11일 영토분쟁의 평화적 해결과 에너지자원 공동개발 및 자유무역협정(FTA) 추진 등에 합의한 의미는 흔한 우호협력 선언과는 다르다. 양국은 핵무기로 상호 견제하며 지역 영향력을 다투는 사이다. 특히 인도는 중국 견제를 위해 미국과 준 군사동맹 관계를 갖고 있다. 이런 사이에 전략적 협력을 다짐한 것은 ‘평화와 번영’이 21세기의 최우선 국가목표임을 천명한 것이다.
신흥 경제 4국 브릭스(BRICs)의 선두 주자인 두 나라의 제휴는 정보기술분야 등의 상호 보완을 노린 것도 있지만 성장에 긴요한 에너지 자원의 안정적 확보가 핵심이다. 특히 인도양과 주변국을 통한 에너지 수송로 확보가 군사적 경쟁보다 중요하다는 데 이해가 일치한 결과다. 서로 협력해 경제적 영역을 넓히는 것이 21세기 국제 정치경제 질서에 대응하는 데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중ㆍ인의 전략적 제휴는 중국과 아세안(ASEAN) 국가들이 추진하는 동아시아 경제 블록화 움직임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동아시아 정상회의(EAS) 구성 등을 놓고 중국은 미국 영향력 배제를 노리는 반면, 일본과 미국은 중국의 주도권을 견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전략적 동반자 인도가 중국과 손잡은 것은 ‘협력과 경쟁’이 최선의 생존 전략이라는 사실을 일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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