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몇 외국계 자산운용사나 사모펀드의 약탈적 행태로 인해 촉발된 외국자본의 유용성 및 역할 한계에 대한 논란이 본질을 벗어난 채 이분법적 선악 논리와 도덕적 정서가 뒤범벅된 소모적 양상으로 전개돼 크게 우려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서구 언론이 우리 금융 당국의 자본시장 투명성 강화조치를 ‘국수주의’라고 비판해 시작된 이 논란은 관련 이해 당사자와 국내외 학계 및 전문가는 물론, 정치권까지 가세해 저마다의 주장을 내세움으로써 갈수록 초점이 흐려지고 있다. 급기야 정부내에서도 다른 목소리가 나와 혼선을 부채질하는 형편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외국자본이 독이냐, 약이냐’는 식의 접근은 문제의 이해와 해결에 전혀 도움을 주지 못한다. 또 익히 아는 뉴브리지캐피탈, 론스타, 소로스, 헤르메스 등이 한국 기업과 은행을 놀이터 삼아 천문학적인 돈을 벌고도 세금은 한푼도 내지 않은 것에 심정적 공분을 터뜨릴지언정 매도로 일관하는 것은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 FT 등이 저의를 가진 듯한 왜곡 보도를 계속하는 배경엔 국부유출 얘기만 나오면 앞뒤 재지않고 핏대부터 세우는 우리 내부의 설익은 배타주의도 일조하고 있음을 잊어선 안 된다.
결국 답은 하나다. 금융 당국은 글로벌 스탠더드에 따라 시장참여자들이 승복하는 공정하고 투명한 게임의 룰을 마련하고 나머지는 시장의 선택에 맡기는 것이다. 외환위기의 불을 끄려고 황급히 개방한 자본시장의 허점을 정비하는데 눈치를 본다거나, 합법적으로 영업하는 특정 자본의 수익률 과다에 시비를 거는 것 등은 모두 트집의 빌미를 줄 뿐이다.
그렇다고 알게 모르게 강화되는 경제 민족주의 흐름을 외면한 채 우리만 어설픈 세계주의자가 되자는 것도 아니다. 국내 금융·기업 시장의 취약한 부문을 넘보고 달려드는 투기 자본의 행태를 관리하는 것은 정부의 당연한 몫이다. 거창한 구호나 요란한 정책보다 차근차근 실리를 챙기는 지혜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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