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나 소방관 채용시 키와 몸무게를 응시자격으로 제한하는 것은 정당한가 차별인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비상시에는 무력으로 상대를 진압해야 하는 경찰·소방·교정직 공무원 등에 대해서도 신체조건에 응시제한을 두는 것은 평등권 침해라고 국가인권위원회가 12일 밝혔다.
인권위는 이날 진정인 김모(30·여)씨가 2003년 9월 "경찰·소방·교정직·소년보호직·철도공안직 등 5개 직종 공무원 채용시 응시자격으로 키와 몸무게를 제한하는 것은 차별"이라며 제기한 진정에 대해 이같이 판단하고, 경찰청장, 소방방재청장, 법무부장관, 건설교통부장관에게 관련 규정을 개선할 것을 권고했다.
현행 규정에 따르면 경찰직은 남자 167㎝·57㎏ 이상, 여자 157㎝·47㎏ 이상, 소방직은 남자 165㎝·57㎏ 이상, 여자 154㎝·48㎏ 이상만 응시할 수 있다.
인권위는 "이들 직종이 업무특성상 육체적 능력이 많이 요구된다고는 하나 각 기관의 키와 몸무게 기준설정이 해당 업무수행능력을 평가하는 방법으로써 과학적인 근거에 의해 설정된 것이 아니며, 기관별로 신체조건도 제각각 상이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현행 규정은 합리적 이유없이 평등권을 침해하는 차별행위"라고 판단했다. 특히 인권위는 "신체조건이 아닌 직무능력에 맞는 체력검사를 실시할 것"을 주문했다.
그러나 인권위 결정을 놓고 해당기관에서는 "신체접촉이 많은 업무특성상 일정한 신체요건 유지는 필수"라며 반발, 논란이 일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지난해 경찰공무원 채용연령대인 19~29세의 평균신장이 174.1㎝이었기 때문에 현행 규정이 과도한 것은 아니다"며 "범죄자에게 피습 당할 위험이 상존하는 경찰 업무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인권침해라고 판단하는 것은 비약"이라고 인권위를 비판했다.
소방방재청 관계자도 "화재나 재난 현장에서 대형 장비를 동원해 인명을 구조해야 하는 업무특성상 기본적인 신체조건을 갖추지 않으면 안 된다"며 "새로운 기준을 검토해 조건을 조정할 수는 있지만 국민의 안전을 책임져야 한다는 입장에서 완전폐지는 어렵다"고 말했다.
시민ㆍ네티즌 사이에서도 양론이 팽팽하다. ID가 ‘marina6552’인 네티즌은 "키가 아무리 커도 체력이 약한 사람이 있는 반면 키가 작아도 날쌔고 강한 사람이 있다"며 "체격 제한을 없애고 체력검사를 강화하자"고 주장했다. 시민 양모(31)씨는 "신장 1㎝ 정도는 측정할 때마다 수치가 다르게 나오는데 오차범위 내의 수치를 채용의 절대기준으로 삼는 건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진정인 김모씨는 경찰공무원에 지원했다가 신장 0.2㎝가 모자라 불합격됐다.
그러나 대화명 ‘imca76’은 "평균신장이 점점 커지는 상황에서 피의자와 싸울 정도가 되려면 신장 등 신체제한은 불가피하다"며 "이런 식의 논리라면 시력, 청력 등 다른 신체적 장애에 의한 제한도 다 인권침해에 해당하는 것 아니냐"고 인권위 결정에 반대했다.
박선영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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