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을 위한 협의가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그제 열린 공청회에서 양측은 5시간이 넘도록 치열한 공방을 벌였으나 아무런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합의는커녕 야유와 고성, 비방으로 오히려 감정의 골만 깊어졌다. 검찰총장과 경찰청장까지 나서 상대방을 자극하는 모습은 보기에도 낯 뜨거울 정도였다.
경찰의 수사권독립은 정권 교체시마다 논쟁이 재연되는 해묵은 과제다. 그러다 지난해 9월 검찰과 경찰이 수사권조정을 위한 협의체를 출범시켜 합리적인 조정안이 도출될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핵심 쟁점에 대해 이견을 좁히지 못해 지난해 12월에는 민간자문위원회까지 구성했지만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수사권 조정의 핵심은 경찰관이 검찰의 지휘를 받도록 한 형사소송법 조항을 둘러싼 이견이다. 경찰은 권력의 분산추세와 형사사건 수사의 90% 이상을 맡고 있는 현실론을 들어 개정을 요구하는 반면 검찰은 인권침해 우려 등을 거론하며 시기상조론을 펴고 있다. 이 논쟁은 누가 옳고 그른지를 쉽게 재단할 성격이 아니다. 당사자들은 물론 국민들도 선뜻 어느 일방의 편을 들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문제는 자문위가 합의안 도출에 실패할 경우다. 일부에서는 청와대 등에서 강제조정에 나설 가능성을 거론하지만 양측의 반발만 살 뿐이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이 논쟁을 기약 없이 끌고 갈 수는 없는 일이다. 어차피 양측의 입장이 팽팽해 대타협을 기대하기 어렵다면 지금까지 합의된 것만 시행하는 방안도 고려해 봄직하다. 상정된 35개 안건 중 민생관련 범죄에 대한 경찰수사 자율권 부여 등 19개 항목에 대해서는 합의를 본 상태다. 그나마 어렵사리 합의된 것들을 무용지물로 만들 수는 없다. 무엇보다 조직 이기주의와 기득권 수호에만 집착하는 볼썽 사나운 행태를 국민들에게 마냥 지켜보라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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