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12일 발표한 주요 음성탈루 소득자 사례에는 각종 탈세 수법들이 총망라돼 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종업원 등 ‘바지사장’ 명의로 유흥업소를 운영하면서 개업과 폐업을 반복하는 속칭 ‘모자 바꿔쓰기’ 수법이다. 성인오락업계의 큰손 K씨와 조직폭력배 P씨가 실소유주로 추정되는 한 유흥업소는 1999년부터 최근까지 종업원 등 5명을 업주로 명의 등록해 놓고 4차례나 개업과 폐업을 반복하는 수법으로 특별소비세 등 62건, 7억 여원의 세금을 내지 않았다.
세금을 내지 않고 폐업하면 재산 압류대상이 되지만, 위장 업주들의 경우 재산이 거의 없어 압류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이들은 또 현금매출 누락과 봉사료 변칙계상 등으로 40억여원의 수입금액을 신고하지 않는 등 추가 세금탈루 혐의도 받고 있다.
회사 경비 등 명목으로 공금을 빼돌려 해외 부동산을 매입하는 수법도 적발됐다. 해외에 공장을 갖고 있는 제조업체 사장 C씨는 해외공장 임가공료 과다지급이나 수출대금 누락 등 수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뒤 미국 체류 중인 가족에게 불법 송금, 로스엔젤레스 등지에 가족 명의의 고급주택 3채(220만 달러 상당)를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미국에 현지법인을 세워 아들을 대표이사로 앉혀 놓고 이 법인 명의로 캘리포니아에 500만 달러짜리 건물을 매입하는 수법 등으로 법인세와 상속·증여세를 탈루했다.
서울 소재 제조업체의 사주 P씨는 부인 명의의 주유소와 친인척이 운영하는 건설업체로부터 기름값 등 명목으로 220억여원의 가짜 세금계산서를 취득하는 수법으로 그 만큼의 회사자금을 불법 유출했다. P씨는 이 돈으로 수도권 일대 15필지의 부동산을 매입하고 신고소득보다 훨씬 많은 돈을 흥청망청 사용하다가 꼬리를 밟혔다.
부동산 매매업자 K씨는 수입을 줄이고 비용을 부풀리면서 이익과 세액을 줄인 전형적인 수법을 사용했다. 그는 토지를 매입해 상가를 신축한 뒤 분양하는 과정에서 40억여원인 토지 공시지가를 300억원으로 과대 계상해 양도소득세를 탈루한 데 이어 상가 분양 수입금액 중 50억여원을 미신고, 종합소득세액도 대폭 줄였다. 이 밖에 A씨는 연 1만 달러 이상(증여성 송금 경우) 송금 때 국세청에 자동 통보되는 규정을 피하기 위해 국내 부동산 양도대금 45만 달러를 5명 명의로 뉴질랜드의 본인 및 자녀 계좌에 분산 송금, 양도세와 증여세를 탈루했다.
박진석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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