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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油田감사’결과 발표/ 그래도 남는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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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油田감사’결과 발표/ 그래도 남는 의혹

입력
2005.04.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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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도청 참여배경·정치권 외압 못밝혀

감사원이 12일 철도청의 러시아 유전개발 의혹 중간조사결과를 발표했지만 의혹은 여전히 남아 결국 공은 검찰로 넘어가게 됐다. 감사원은 철도청이 무리하게 유전사업에 참여하는 과정은 비교적 상세하게 밝혀냈지만, 철도청의 사업 참여배경과 정치권 외압 여부 등 핵심 의혹에 대해서는 답을 내놓지 못했다.

◆ 졸속 참여 배경은 = 감사원 조사 결과만 보면 이 사업을 주도한 왕영용 사업본부장이 유전사업 타당성 검토나 재원 마련 방안도 없이 600억원대의 대형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했다는 얘기가 된다. 인수할 유전업체의 원유생산량이나 회계 실태에 대한 조사도 없이 사업 참여 결정 18일 만에 러시아 알파코에사와 초고속 계약도 체결했다. 더군다나 왕 본부장은 철도청이 사업 참여를 결정한 지난해 8월 12일 회의에서 사업성을 과장하는 허위보고까지 했다.

그렇다면 왕 본부장은 무엇을 믿고 이렇게 무리하게 추진했을까. 유영진 감사원 특별조사국장은 "평소 신뢰해온 허문석씨가 사업성이 있다고 하고 허씨와 전대월씨가 건네 준 자료를 믿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거기에다 허씨가 ‘이광재 의원이 추천한 사업’이라고 말해줬다는 것이다. 결국 왕 본부장이 이 의원의 이름을 판 허문석과 전대월에게 속았다는 얘기다. 하지만 감사원은 전대월과 허문석을 조사하지 못하고 왕 본부장의 진술에만 의존했다.

◆ 신광순 차장이나 김세호 청장은 왜 용인했나 = 왕 본부장의 졸속 추진을 신광순 차장이나 김세호 청장이 용인해준 것도 의문이다. 왕 본부장이 지난해 8월 12일 회의에서 "이 의원이 밀어주는 사업"이라고 말하자 신 차장이나 김 청장도 이 의원의 지원사업으로 믿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신 차장이나 김 청장이 이 의원에게 전화 한 통만 하면 확인할 수 있는데도 이들이 10월 말에야 이 의원을 처음 찾아갔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

◆ 왕 본부장은 왜 거액의 사례비를 지급하려 했나 = 왕 본부장이 사업이 성사되지 않았는데도 전대월에게 사례비로 120억원이란 거액을 주기로 약속한 것도 납득하기 힘든 부분이다. 왕 본부장은 지난해 9월 10일 우리은행에 대출을 신청한 2,400만 달러가 나오면 곧바로 120억원을 지급할 계획이었으나 대출이 여의치 않자 주식 매수 형태로 120억원을 주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왕 본부장은 박상조씨를 시켜 재단 이사장의 위임장까지 위조했다. "사업성이 있다"는 전대월과 허씨의 말만 믿고 거액을 주기로 한 것은 누가 봐도 석연치 않다. 리베이트 의혹이 나오는 대목이다. 또 9월 16일 철도재단이 전대월의 KOC 지분을 인수하기로 한 날 전대월이 곧바로 자신의 주식양도채권 84억원을 제3자에게 양도한 부분도 규명해야 할 지점이다. 감사원은 졸속 추진 배경과 외압 여부에 대해서는 "조사에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 감사원, 사건 전모 발표/ 사업 과장·허위설명…타당성 조사 생략…全과정서 졸속 추진

감사원 발표의 요지는 철도청이 타당성 조사나 재원마련 방안도 없이 사업 참여를 결정하는 등 전 과정에서 걸쳐 졸속으로 추진했다는 것이다. 특히 왕영용 사업개발본부장이 이를 주도하면서 철도청 내부회의에서 허위 과장된 사업설명자료를 제출했고, 전대월 하이앤드 사장에게는 사례금으로 120억원을 지급하기로 약속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 왕 본부장 주도하에 편법 참여 = 지난해 7월 전대월과 허문석씨가 철도청에 러시아 유전 업체인 페트로사 인수를 제의한 것이 발단이었다. 철도청은 유전개발사업이 철도청 사업범위가 아니지만 8월 23일 산하 철도교통진흥재단의 정관에‘원자재 해외개발사업’을 추가하는 편법으로 사업 추진에 나섰다. 철도청이 철도재단을 내세워 전씨 등과 함께 코리아쿠르드오일㈜(KOC) 설립한 것이다. 감사원은 "철도재단은 상근 직원이 2명 뿐인 형식적 조직으로 실질적인 사업추진은 왕 본부장이 수행했다"고 밝혔다. 특히 감사원은 "이 과정에서 허씨가 왕 본부장에게 ‘이 사업은 이광재 의원이 추천한 사업이고 사업참여시 북한 예성강 임진강 모래채취사업을 철도청에 주겠다’고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 졸속 사업 참여 결정과 계약 체결 = 편법 참여도 문제지만, 철도청의 사업 참여 결정 자체가 졸속이었다. 철도청은 신규 사업 진출을 위해 정책심의회의를 거쳐 청장의 최종 결재를 받아 추진해야 하는데도 지난해 8월 12일 본부장급의 회의에서 차장 전결로 사업 참여를 확정했다. 전문기관에 의한 타당성 조사나 투자재원 검토도 없는 상태에서 졸속으로 이뤄진 것. 게다가 이날 회의는 내부에서마저 사업 타당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자 약식 설명회 형태로 진행됐다.

특히 이날 회의에서 왕 본부장은 허위 과장 보고까지 했다. 감사원은 "유공이 수익성이 낮아 사업참여를 거절했는데도 전대월과의 지분 다툼으로 불참했다고 보고하고, 참여하지도 않은 외국 석유회사가 지분 참여하는 등의 허위 보고로 사업성을 과장했다"고 밝혔다. 한나라당이 공개한 회의록에 따르면 왕 본부장은 "이광재 의원이 밀어주는 사업"이라는 발언도 했다. 철도청은 이어 사업참여 결정 18일만인 9월3일 러시아 알파코에사와 계약을 전격 체결했다. 원유 매장량, 생산량, 회계 실사 등의 자산실사도 거치지 않았고, MOU교환 등의 계약관행절차도 건너 뛰는 초고속 진행이었다.

◆ 사례비까지 편법 지급 추진 = 자금 조달과 지분 분배 등을 둘러싸고도 편법이 활개쳤다. 철도재단은 지난해 8월 17일 전씨와 함께 KOC을 설립하면서 심각한 부도 위기에 처한 전씨의 신용상태도 확인하지 않았다. 전씨가 대표로 있는 하이앤드는 8월 30일 부도를 맞았다.

특히 철도재단은 전씨에게 사업 추진에 대한 사례비로 120억원을 지급하기로 약속했다. 철도재단은 지난해 9월 10일 우리은행에 대출 신청한 2,400만 달러가 나오면 전씨에게 곧바로 지급할 계획이었지만 대출이 나오지 않자 9월 16일 주식 매수 형태로 120억원을 주기로 했다. 감사원은 "이 과정에서 왕 본부장이 부하직원인 박상조씨에게 재단 이사장 위임장까지 위조시키토록 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우리은행이 지난해 7월 교통재단의 자금대출에 요청에 실사를 거쳐야 하는 여신 승인 조건을 변경해 대출해 주기도 했다. 감사원은 "사업이 불법 졸속 추진되면서 철도공사 등에 50억원 상당의 재정손실이 초래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 검찰 수사 전망/‘이광재 조사 어디까지’주목

12일 감사원의 수사요청으로 철도공사의 러시아 유전 개발사업 의혹을 풀 열쇠는 검찰의 손에 넘겨졌다. 대검 고위 관계자는 "13일 감사원으로부터 관련 자료를 넘겨받기로 했다"며 "일단 자료를 검토한 뒤 이르면 13일 중으로 수사 담당 부서를 정해 사건을 배당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이번 의혹이 불거진 직후부터 이미 자체적인 정보수집 등을 통해 상당한 수준의 사전 준비를 해 왔다.

검찰 내부에선 사안의 성격상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에서 수사하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번 사건이 뚜렷한 물증은 적고 소문과 주장이 무성한데다, 정치권 공방의 한 가운데 놓여있어 자칫 중수부가 나섰다가 검찰 전체가 정쟁에 휘말릴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또 사안이 복잡하거나 오랜 시간이 걸릴 만한 것도 아니어서 대검 중수부가 나서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있다. 검찰 안팎에선 벌써부터 이번 사건이 의혹만 무성했다 실체 없이 끝난 ‘옷 로비 사건’의 재판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사건이 배당되면 수사팀은 우선 핵심 관련자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취한 뒤 소환 조사를 벌일 것으로 보인다. 사건의 핵심인물로 감사원 조사에 불응한 허문석, 전대월씨 등의 신병 확보도 당연히 이어질 수순이다. 특히 검찰 수사는 단순한 의혹해소 차원이 아니라 기소를 전제로 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관련자들의 계좌 추적 등을 통한 금품 수수 등의 불법행위를 캐는데 수사의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한나라당에서 이광재 열린우리당 의원의 관련 의혹을 집중 부각시키고 있지만 감사원이 수사의뢰 대상에서 이 의원을 제외함에 따라 검찰이 이 의원을 어떤 방식으로 어느 수준까지 조사할 지도 주목된다. 검찰로선 수사의 공정성 시비를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이 의원의 연루 의혹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조사하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야 4당이 발의키로 합의한 특검법안과 상관없이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수사 요청이 접수된 이상 특검법이 통과돼 특검팀이 발족될 때까지는 수사를 진행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이번 사건은 김종빈 총장 취임 후 첫 권력형 의혹에 대한 수사라는 점에서 김 총장과 정치권의 관계 설정의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油田의혹’감사원 일문일답/ "감사에 한계…의혹은 있어"

유영진 감사원 특별조사국장은 12일 철도청의 러시아 유전개발 의혹 감사결과를 발표하며 "여러 외압이 있었는지 등은 우리의 감사력으로는 한계가 있어 의혹만 갖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_이번 감사의 초점은 무엇이었나.

"철도청이 전문성도 없는데 왜 이 같은 유전사업을 졸속으로 추진했는지, 외압은 없었는지 조사한 것이다."

_이광재 의원에 대한 조사 결과는.

"이 의원은 ‘전대월씨가 찾아와 유전사업을 하는데 적절한 투자자를 찾아 달라고 해서 허문석씨의 연락처를 주면서 그 사람이 에너지 전문가이므로 연락해보라고 했다’고 진술했다."

_이 의원이 검찰수사 요청대상에서 제외된 이유는.

"왕영용 본부장이 허문석씨로부터 ‘이의원이 추진하는 사업’이라고 들은 게 전부다. 그런 상황에서 혐의가 있다고 보기 어려웠다. 이 의원 및 철도청 관계자들의 진술을 종합할 때 그가 관련됐다고 단정할 근거가 없다."

_허문석씨는 조사했나.

"지난달 31일 1시간가량 만났다. 사건과 관련된 구체적인 질의 응답은 없었다. 다음 날 오전 9시에 정식으로 조사 받기로 했으나 나오지 않았다."

_허문석씨와는 그 이후 통화했나.

"연락을 시도했으나 연락이 안 되고 있다."

_권광진씨가 검찰수사 요청대상에 빠진 이유는.

"형사적으로 입건할 만한 사항이 없다."

_감사원이 왕 본부장의 진술에만 의존하고 있는 것 같다.

"여러 정황을 파악한 것이다."

_왕 본부장이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한 이유는 무엇이었나.

"공명심뿐 아니라 여러 가지 외압이 있었는지 살펴봤지만 감사에는 한계가 있다. 의혹만 갖고 있다. 다만 본인도 편법을 인정했지만, 사업성 있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허문석씨를 평소 신뢰했고 전문가가 사업성이 있다고 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_관련자 대질조사는 했나.

"하지 않았다. 단지 각각의 진술을 비교했다."

_감사결과가 부실한 것 같은데 굳이 중간발표를 한 이유는.

"감사에 한계가 있고 국민적 의혹도 있어 수사 요청할 것은 수사를 요청하고 행정적으로 조치할 것은 조치하는 것이 순서라고 봤다."

정상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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