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국무총리가 11일 강원 양양 화재가 한창인 식목일에 골프를 친 데 대해 "국민들에 심려를 끼친 것에 대해 심심한 사과를 드린다"고 사과했다.
이 총리는 이날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열린우리당 이호웅 의원이 "총리로서 더 신중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며 재발 방지 약속을 요청하자 "불찰로 안이한 판단을 한 것을 사과 드리며,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저 자신이 근신 하겠다"고 ‘순순히’ 사과했다.
이어 한나라당 이상배 의원의 "사과를 했으니 자숙하는 게 좋지 않느냐"는 지적엔 "그렇게 하겠다"고 짧게 답했다.
본회의장은 일순 술렁거렸다. 그 동안 국회에 출석해 고압적 답변 태도를 보인 이 총리가 이처럼 몸을 바싹 낮춘 것은 의외였기 때문이다.
특히 한나라당은 차떼기당 발언에 대한 사과 요구를 ‘사의(謝意)’라는 표현으로 비껴 간 이 총리를 이번 골프 건으로 끝까지 추궁하기로 벼르고 있던 터라 적잖이 당황한 기색이었다.
이 총리는 골프 논란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은 만큼, 깨끗이 사과해 논란의 불씨를 완전히 끄려고 판단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오후 한나라당 김문수 의원이 "총리가 깨끗이 사퇴해 나라의 근본을 잡는 전기를 마련할 용의가 없느냐"고 재차 공세를 취했다.
그러나 이 총리는 이번에도 애써 웃음을 지으며 "일을 그렇게 풀어가는 것은 순서가 아니다"라고 답해 더 이상 논쟁이 이어지지 않았다.
다만 한나라당 이계진 의원이 "‘이 총리는 가는 말이 험해야 오는 말이 곱다’는 제 생각이 잘못 됐음을 보여 주지 않으면 바로 골프 얘기를 하겠다"고 비꼬자 이 총리는 "총리나 장·차관에 대한 국회 질의가 인격적 수모에 가까운 건 문제"라고 받아 쳤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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