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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평 나비곤충연구소장 정헌천씨/ "나비가 날면 함평 축제가 시작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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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평 나비곤충연구소장 정헌천씨/ "나비가 날면 함평 축제가 시작되죠"

입력
2005.04.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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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말 전남 함평에서는 나비 15만 마리가 날아오른다.

30일부터 9일 동안 열리는 함평나비대축제를 앞둔 정헌천(47) 함평군 나비곤충연구소장은 나비 사육에 여념이 없었다. 한 달여 전에 이미 나비를 깨워 산란시켜 놓았고 그 알들이 지금 나비로 변신 중이다. 녀석들은 얼마 후면 관광객들을 맞는다. 축제 개막일에 비가 와도 거대한 유리돔을 만들어 놓았기 때문에 걱정은 없다.

나비축제가 열린 지 6년 째. 첫 해에 50만 명이 찾았고 해마다 관광객이 꾸준히 늘어 작년에는 154만 명이 다녀갔다. 작은 농촌이 나비로 ‘떴다’. "처음엔 유채꽃 축제를 하자는 얘기가 나왔어요. 함평에 유채꽃이 많긴 하지만, 유채꽃 하면 제주도를 떠올리잖아요? 우리가 경쟁력을 갖기는 쉽지 않지요. 꽃이 피면 나비가 날아드는 게 자연의 이치니까, 나비 축제를 하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지." 오랜 지기인 이석형 함평군수와 뜻을 모았다. 1998년 나비곤충연구소를 세웠고 100만평 들판에 유채와 자운영을 심었다. 올 초 정부로부터 ‘2008 함평 세계 나비·곤충 엑스포’ 행사에 대한 승인도 받았다.

수학을 전공하던 정 소장이 나비를 만난 것은 대학을 졸업하던 85년. 광주 무등산에 올랐다가 철쭉에 앉은 나비의 아름다운 날개에 반했다. 이름이 뭔지, 무등산 주변에는 이렇게 멋진 나비가 얼마나 많은지 궁금해졌다. 그 길로 도서관에 달려가 자료를 찾았다. 독학으로 나비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때 만난 나비는 제비나비였어요. 무등산에 112종의 나비가 살고 있다는 것을 10여 년간 산을 오르며 공부해서 알아냈지요." 전국 곳곳을 다니면서 채집한 나비만도 260여 종 5,000여 점이나 된다.

행사 기간 아름다운 꽃밭에서는 노랑나비, 흰나비 같은 친근한 나비는 물론 사향제비나비나 왕오색나비 같은 희귀종도 만날 수 있다. 표본전시관에서는 도시화와 산업화로 이제는 볼 수 없게 된 나비를 보여 준다. 북한 나비 300여 점 등 2만 점을 전시한다. 나비생태관에서는 알-애벌레-번데기-성충으로 이어지는 나비의 일생도 살펴볼 수 있다.

정 소장은 "나비를 비롯한 곤충은 활용하기에 따라 소중한 자원이 된다"며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나비 축제에 한 번 오시라"고 권했다. 함평군청 문화관광과 (061)320-3224

■ 美 세실 B 데이 나비박물관장 니콜 갬블/ "자연과 사람 연결 가교역할 보람"

"나비는 우리한테 보여 주지요. 볼품 없는 번데기에서 화려한 날갯짓으로의 변신을, 짧지만 아름다운 삶을 말입니다."

니콜 갬블 세실 B 데이 나비박물관 관장은 지난 5일 A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미국 조지아주 파인마운틴의 캘러웨이 가든 공원에 자리한 이 박물관(www.callawayonline.com)이 다시 문을 연 지 두 달이 됐다. 이 공원을 찾는 관광객은 연간 75만 명. 골프와 테니스, 수영, 낚시를 즐기고 캠핑도 할 수 있다. 그런데 무엇보다 인기 있는 곳은 바로 이 나비박물관이다. 나비 때문에 관광객이 너무 많이 몰려 6개월간 200만 달러(약 20억원)를 들여 확장공사를 마치고 3월 말 재개관했다.

지상 4층 유리 건물에 들어서면 1,000여 마리의 화려한 열대나비가 야생화 위를 날아다니는 놀라운 광경이 펼쳐진다. 나비 100여 종과 앵무새 등 열대 조류, 60여 종의 식물이 어우러진 대형 온실이다. "여기 나비 중 30% 정도는 직접 기른 겁니다. 나머지는 대부분 말레이시아와 필리핀, 중남미 나비농장에서 들여오지요." 곤충학자인 갬블 관장은 나비를 인공사육하는 과정도 볼 수 있다고 했다.

나비들이 열대산이어서 다루기가 아주 까다롭다. 항상 기온 29도, 습도 70%를 유지해야 한다. 온실 밖에는 토종 나비 75종이 날아다니는 꽃밭이 있는데 온실 내의 나비들이 날아가 토종과 섞이지 않도록 철저하게 관리한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프쉬케(psyche·영혼)’라는 단어를 나비에도 썼어요. 인간이 죽은 뒤 그 영혼이 떠나 나비가 된다고 생각했지요." 그만큼 나비의 아름다움은 오랫동안 찬사를 받아왔다. 갬블 관장은 나비가 중요한 환경지표도 된다고 설명한다. "나비가 많으면 자연 환경이 건강하다는 것, 반대로 줄어들면 환경이 나빠진다는 증거지요."

세실 B 데이는 미국 전역 20여 개 나비박물관 중 최고로 꼽힌다. 갬블 관장은 나비박물관이 자연과 사람 사이에 가교 역할을 한다는 데 대해 무엇보다 자부심을 느낀다. "나비를 보고 즐거워하는 관광객들의 얼굴을 볼 때 행복해요. 자연의 아름다움을 경험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생각에 보람을 느낍니다." 그를 통해 본 나비는 분명 관광자원 이상의 그 무엇이었다.

김지영기자 kimj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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