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판/5면:중국 시위 양상 분석
‘打倒日本帝國主義! (일본 제국주의 타도!)’ ‘愛我中華! (나의 중국을 사랑하자!)’
중국의 반일(反日)시위는 일단 과거와는 달리 자발적이고 조직적이다. 하지만 사실상 정부의 묵인 아래 민족주의를 기치로 내건 전략적인 ‘일본 때리기’ 양상도 띠고 있다.
◆ 중국의 시위방조?
일본 신문들은 11일 중국 정부가 시위를 방조(幇助)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아사히(朝日)신문은 사설에서 "중국에서 격화된 반일시위는 1972년 중일 국교정상화 이래 최악"이라며 "과연 중국 당국은 시위의 폭주를 중단시킬 의지가 있는가"라고 물었다. 요미우리(讀賣)신문도 사설에서 "대일 압력에 이용할 수 있는 반일 시위 소동은 방치하고 있다"며 방조 의혹을 제기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도 "중국 당국은 재중 일본인을 보호할 책임이 있다"며 반일시위에 따른 외교시설 파괴행위에 깊은 유감을 표명했다.
◆ 자발ㆍ조직적 시위
이번 반일시위는 자발적이고 조직적인데다 1919년 반일 민족운동이었던 5·4운동처럼 순식간에 전국으로 번졌다.
2일 쓰촨(四川)성 청두(成都)에서 시작된 시위는 남부 광저우(廣州)로 이어졌고 9일에는 수도 베이징(北京)에서 1만여명 이상이 참가하는 대규모 시위로 번졌다. 5·4운동 당시 시위의 물결이 보름 여 만에 전국으로 확산된 것과 유사하다.
특히 베이징 시위는 명문 베이징대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이끌면서 인터넷과 휴대전화를 통해 네티즌과 회사원 등에 급속도로 파급되는 조직성을 갖추었다. 일단 11일은 시위가 없었다. 그러나 반일감정의 고조와 시위 격화는 이제 시작 단계로 일본 정부의 기대처럼 상황이 진정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 미묘한 중국 정부 입장
중국 정부는 과거 반일시위가 있을 때 마다 감정적 대응을 자제하라는 지침을 언론이나 지방 정부에 내리며 보도를 일부 통제해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중국 국내 언론이나 외신의 취재와 보도에 비교적 제약이 없다. 또 시위 자체를 적극적으로 막지 않는다. 통상 공안(경찰)은 시위현장에 대규모 중무장 부대를 배치하고 불도저나 포크레인으로 시위대를 밀어 붙여 단번에 진압하는 방법을 쓴다. 이번 시위에 소규모 병력이 배치되고 시위대 일부가 일본공관에 돌을 던질 때도 적극 제지하지 않은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일각에서는 이 때문에 중국 정부가 반일 시위를 일본 압박용으로 활용하면서 빈부격차, 권위주의 등에 대한 일부 국민들의 불만을 분출시키는 통로도 터주는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공식입장은 "과격한 행동은 우리도 묵인하지 않는다. 일본은 중국 침공 역사 같은 주요 문제를 진지하게 다뤄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사태의 책임은 어디까지나 원인을 제공한 일본측에 있고 중국측에는 책임이 없다는 주장이다.
베이징=송대수특파원dssong@hk.co.kr
도쿄=김철훈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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