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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달라도 너무 다른 獨·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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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달라도 너무 다른 獨·日

입력
2005.04.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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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적으로 중요한 것은 국제화이지 새로운 민족적 자기 몰입이 아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베를린에 도착한 10일 베를린 일간지 타게스슈피겔은 리하르트 폰 바이체커 전 독일 대통령과의 인터뷰기사를 1면에 실었다. 바이체커 전 대통령은 독일 일각의 극우주의를 겨냥해 ‘새로운 민족주의’ 등장을 경고했다.

"독일이 너무 많이 되돌아보고 너무 적게 앞을 내다보는 것 아니냐"는 물음에 대한 이 답변으로 보아 "2차대전 종전 60주년을 맞았으니 독일이 과거사 청산을 다 한 것 아니냐"는 일부 시각에 경종을 울리려 한 것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 바이체커 전 대통령은 "우리는 독일의 이름으로 저지른 범죄 행위와 대결해야 하며 이를 잊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이어 11일 독일 통일의 상징인 ‘브란덴부르크 문’ 인근의 공사 현장. 독일인과 외국 관광객들이 심각한 표정으로 뭔가를 쳐다보고 있었다. 묘비나 관을 연상시키는 검은색 직육면체의 돌들이 2,700여개가량 놓여져 있었다. 나치에 희생된 유대인들을 추모하는 ‘홀로코스트 추모비’ 공사 현장이었다. 주독한국대사관 관계자는 "공사를 위해 부지 비용으로 3조~4조원, 공사비로 수백억원이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독일은 지금까지 나치 희생자들을 위해 총 614억유로의 배상금을 지불했는데도 아직도 사과와 배상을 위한 사업을 계속 중인 것이다.

추모비 공사장을 지켜보면서 며칠 전까지 서울에서 접했던, 일본 정부 주도의 독도 영유권 주장과 교과서 왜곡 소동 등이 떠올랐다. 과거사를 둘러싼 일본과 독일 지도자들의 태도 차이는 동북아와 유럽의 시차를 뛰어넘을 정도로 너무 현격하다는 생각에 씁쓸하기만 했다.

김광덕 정치부 차장대우 베를린에서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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