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인도가 해묵은 대립을 청산하고 새로운 협력 관계를 모색하고 있다.
인도를 방문 중인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와 만모한 싱 인도 총리가 11일 수도 뉴델리에서 회담을 갖고 국경 분쟁을 해소하기 위한 정치적 원칙에 합의했다. 영국 BBC 방송 등은 중국이 히말라야의 시킴주를 인도의 영토로 인정했다고 보도했다.
중국과 인도는 40여년간 지속된 국경 분쟁의 돌파구를 마련한 데 고무돼 경쟁자에서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전환을 다짐하고 있다. 양국은 1962년 3,550㎞에 달하는 히말라야 국경을 둘러싸고 군사 충돌을 벌인 뒤 줄곧 긴장 관계를 유지해왔다. 때문에 원 총리의 인도 방문은 양국간 긴장완화는 물론 세계경제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세계 인구의 40%를 차지하는 ‘친디아(Chindia)’의 잠재력을 높게 평가한 것이다.
중국과 인도의 협력은 우선 경제분야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첫 방문 도시로 인도 하이테크 산업의 전진 기지인 방갈로르를 택한 원 총리는 "인도는 소프트웨어에서, 중국은 하드웨어에서 경쟁 우위가 있는 만큼 양국이 협력하면 IT 부문에서 세계를 리드할 것"이라며 IT 협력을 강조했다. 또 중국과 인도는 자유무역지대 설치, 국외 유전 공동개발에 대해서도 뜻을 모아 세계 최대 단일경제권의 탄생 가능성도 열었다.
그러나 양국은 국경 문제 외에도 인접국과의 관계, 에너지원 확보 등에서 사사건건 대립하며 라이벌 의식이 뿌리깊게 박힌 패권 경쟁국이었다는 점에서 구원(舊怨)을 일거에 해소하기는 쉽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국경 문제가 이번에 일부 해결됐지만 갈등의 불씨는 여전하다. 중국은 인도 북동부 아루나찰 프라데시주 9만㎢가 자국 영토라고 주장하고, 인도는 중국이 카슈미르 지역 3만8,000㎢를 점령하고 있다고 맞서고 있다.
중국은 인도에 망명 중인 티베트 불교 지도자 달라이 라마의 존재가 껄끄럽고, 인도는 적대국인 파키스탄과 중국이 전통적 우방 관계인 점이 못마땅하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최근 인도 끌어안기에 나선 것도 중국 견제용으로 분석되고 있다.
국내 원유 수급량의 절반 이상을 국외에 의존하고 있는 양국은 또 방글라데시 미얀마 수단 등에서 유전 개발권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여왔다.
스테픈 코헨 미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경제·문화적 협력에서는 문제가 없겠지만, 국경 문제나 중국 제품의 일방적인 인도 유입, 티베트 네팔 등의 민감한 사안에서 양국이 국수주의적 태도를 보일 경우 문제는 복잡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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