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사가들은 로버트 타이어 존스 주니어(Robert Tyre Jones Jr.:1902~1971), 즉 바비 존스를 20세기 최고의 골퍼로 꼽는다. 당시 4대 메이저 대회인 미국과 영국의 오픈 및 아마선수권을 13회나 차지한 그에겐 ‘구성(球聖)’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하버드대에서 영문학, 조지아공대에서 기계공학, 에모리대에서 법률을 전공해 변호사자격을 따는가 하면 5개국어에 능통하고 문학에도 조예가 깊은 지성파 골퍼이기도 했다. 탁월한 골프기량에 풍부한 학식, 뛰어난 유머감각과 겸손함을 갖춘 순수 아마추어인 그에게 온갖 최상급의 찬사가 따라다닌 것은 당연했다.
■ 1925년 US오픈에서 그는 골프사에 회자되는 일화를 남긴다. 마지막 라운드에서 1타차 선두를 유지, 우승을 눈앞에 둔 그는 어드레스 순간 볼이 움직이자 아무도 보지 않았는 데도 자진 신고해 1벌타를 받았다. 이 때문에 연장전까지 가 우승을 놓쳤다. 이를 두고 매스컴이 칭송하자 그는 "당연한 것을 했을 뿐이다. 내가 은행강도를 하지 않았다고 나를 칭찬하려 드는가"라고 대답했다. 이 일화는 골프에서 정직성을 언급할 때마다 인용되는 전설이 되었다.
■ 1930년 US아마선수권 대회 중 그에게 전보가 날아들었다. 팬이 보낸 전보에는 ‘E TONE E PISTAS(With it, or on it)’라는 그리스어가 쓰여 있었다. 스파르타의 노모가 전장에 나가는 아들에게 한 말로, 전쟁에서 이겨 방패를 들고 귀환하든지, 전사해 방패에 실려 돌아오라는 뜻이다. 존스는 이 대회에서 이겨 영국 오픈과 아마선수권, 미국 오픈과 아마선수권을 한해에 모두 차지하는 사상 초유의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뒤 은퇴를 선언했다. 마스터스 골프대회가 열린 오거스타 내셔널골프클럽은 그가 은퇴 후 금융계 친구와 함께 만든 골프장이다. 1934년 처음 열린 마스터스대회와 함께 그는 불멸의 전설로 살아 남은 셈이다.
■ 연장전 끝에 선전한 크리스 디마르코를 제치고 네 번째 그린 재킷을 입은 타이거 우즈는 새로운 전설을 써가고 있다. 지난해 아놀드 파머(마스터스 4회 우승)에 이어 잭 니클러스(6회 우승)가 마스터스와의 작별을 선언했다. 두 골프 거장은 퇴장하지만 그들의 전설은 오거스타와 함께 영원할 것이다. 그리고 그 위에 타이거 우즈의 새로운 전설이 보태질 것이다.
방민준 논설위원실장 mjb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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