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고 학생회장이 자신의 아파트에서 투신해 목숨을 끊었다.
10일 오전 1시30분께 서울 노원구 중계동 J아파트 주차장 옆 인도에 이 아파트 7층에 사는 S과학고 3학년 이모(18)군이 쓰러져 숨져 있는 것을 경비원 A(63)씨가 발견해 119에 신고했다. A씨에 따르면 "쓰러진 사람이 있다고 해서 가보니 보닛 부분이 찌그러진 대형차 옆에서 이군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군은 9일 밤 자택 거실 식탁에서 공부를 하다 자정께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친구 3~4명에게 전화와 휴대폰 문자메시지로 "괴롭다. 죽고 싶다. 먼저 간다"는 등의 말을 전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이군이 통화 직후 베란다 창문을 통해 투신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군은 거실 식탁 위에 있던 수학문제지 여백에 "엄마! 마음 편히 사세요!"라는 글을 남겼다.
경찰과 가족 친구들에 따르면 이군은 평소 활달하고 사교적인 성격으로 친구들 사이에 인기가 높았고, 공부뿐 아니라 음악과 운동 등에도 재능이 있었다.
같은 반 친구인 L군은 "학교 밴드부에서 드럼과 실로폰을 연주했으며, 농구 실력도 수준급이었다"며 "학교생활에 큰 문제가 없어 보였는데 이런 일이 생겨 믿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군은 또 초등학교 때 아역배우와 CF모델로 활동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친구들은 그러나 지난달 30일 실시한 학교 모의고사에서 평소 전교 10등대를 유지하던 이군이 20등대로 떨어져 크게 낙담했다고 전했다. 이 학교는 지난해 국내외 명문대 입학 등으로 100여명이 조기 졸업을 해 현재 3학년 전체가 30여명이다. 학생회 임원인 K군은 "이군이 지난해 한국과학기술원(KAIST) 조기입학에 실패한 상태에서 지난달 초 학생회장으로 선출돼 성적을 올려야 한다는 부담감이 많이 생긴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군은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부친, 전업주부인 모친과 함께 30평대 아파트에 살고 있었는데, 평소 부모와의 불화나 가정형편에 대해 걱정했던 적은 없었다고 가족은 전했다.
경찰은 학생회장으로 선출된 이군이 성적이 갑자기 떨어지자 이를 비관해 자살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유상호기자 shy@hk.co.kr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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