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ㆍ액정화면(LCD) 장비 업체 주성엔지니어링의 ‘오뚝이 신화’를 일궈낸 황철주(46·사진) 사장이 세계 반도체·LCD 전(全) 공정 장비시장 세계 제패를 선언했다.
황 사장은 최근 창사 10주년을 맞아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2009년 매출 2조5,000억원을 달성, 세계 반도체·LCD 전 공정 장비 1위 업체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이 목표치는 올해 매출목표(2,237억원)보다 10배가 넘는 액수다. 그의 발언에 대해 시장은 ‘주성의 황 사장이니까 가능하다’는 반응이다. 사실 주성과 황 사장은 오뚝이 같은 생존력으로 유명하다. 설립 첫해인 1995년 주성은 13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코스닥에 입성한 99년말에는 주가가 주당 10만원대를 기록했다. 그러나 매출의 80%를 차지하던 삼성전자에 대한 납품이 끊겨 2003년에는 주가가 주당 1,500원까지 떨어졌다. 2001년부터 3년간 누적 적자액은 1,200억원에 달했다.
그러나 황 사장 특유의 뚝심과 직원들에 대한 신뢰는 이 같은 위기를 극복하는 원동력이 됐다. 외환위기 당시에도 단 한번도 구조조정을 하지 않은 황 사장은 위기가 닥치자 오히려 구조조정보다는 공장용 땅을 처분해 연구개발에 몰두했다. 결국 반도체 장비에서 LCD 장비로 사업을 다각화, 주성은 지난해 1,669억원의 매출에 340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지난 4일에는 대부분 업체들이 극도로 꺼리는 자사 기술과 제품의 구체적인 정보를 일본 신문에 공개했다. 기존 시장을 뚫으려는 마케팅 전략의 일환이었지만 기술에 대한 자신감이기도 했다.
"어려울 때 가장 겁이 났던 것은 직원들이 떠나는 것이었다"며 사람을 중시하는 황 사장은 최근 자신의 보유주식 50억원을 출연해 장학재단을 설립했다. 직원들에게는 연중 한 달을 의무적으로 쉬게 하고, 매일 오전 7시30분 조찬 회의를 하는 대신 퇴근시간은 정해놓지 않는 독특한 조직관리를 하고 있다. "반도체·LCD 장비 분야에서 세계 최고가 되고, ‘선수’(직원)들에게 세계 최고의 연봉과 대우를 해줄 수 있을 때 행복하게 떠날 겁니다."
황 사장은 스스로 ‘떠날 때’를 정해놓고 목표를 향해 뛰고 있다.
김동국기자 d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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