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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 튤립을 바라보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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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 튤립을 바라보다가

입력
2005.04.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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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를 산책하다가 어느 집 창문밖에 내다 놓은 튤립을 보고 빙긋 웃자 아내가 왜 웃느냐고 물었다. 나는 370년 전 네덜란드에서 살았던 세르반테스라는 이름의 선원 얘기를 해주었다.

그는 오랜 항해 끝에 암스테르담으로 돌아와 친구의 집에 묵는 동안 친구 집에 있는 튤립 알뿌리 하나를 양파인 줄 알고 먹었다. 그러자 친구가 길길이 날뛰며 그거 하나 값이 얼만 줄이나 아느냐고 그를 고소했다. 법정도 그가 알고 먹었든 모르고 먹었든 튤립 값을 물어주라고 판결했다.

그런데 그때 튤립 알뿌리 하나 값이 평범한 집 한 채 값보다 비쌌다. 누가 언제 왜 시작했는지, 너도 나도 묻지마 투기를 하며 양파보다 조금 더 비싼 튤립을 집값보다 비싸게 올려놓았던 것이다. 세르반테스는 "그것이 왜 비싸야 하죠? 그럴 가치가 있나요?" 하고 물었지만 법정에선 아무도 그 대답을 해주지 않았다.

그 대답을 해준 것은 다음날 튤립시장이었다. "그래, 이게 무엇 때문에 이렇게 비싸진 거지?" 하는 질문 속에 튤립 값이 한 순간에 폭락하며 네덜란드 경제는 바로 공황을 맞았다. 저 아름다운 꽃 속에도 인간의 바보스러운 역사가 담겨 있는 것이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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