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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해외 한국학이 죽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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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해외 한국학이 죽어간다

입력
2005.04.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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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나라의 국제적 지위와 그 나라 상품의 국제적 경쟁력은 그 나라에 대한 세계인의 인식과 정비례해서 높아지게 마련이다. 세계인의 한국에 대한 인식, 특히 한국문화에 대한 인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영역이 바로 해외 한국학 분야이다. 한국학은 외국인의 입장에서는 한국을 알기 위한 학문이고, 우리 입장에서는 한국을 알리기 위한 학문이다.

이같은 중요성을 지닌 한국학이 지금 위기에 처해 있다고 한다. 가장 효과적이고 근본적인 ‘한국의 국가 이미지’ 개선방법은 해외에서의 한국학 연구를 활성화하는 것이다. 한국학은 100년 역사에도 불구하고 일본학이나 중국학에 비해 학문적 수준, 연구의 규모, 외국인의 관심도가 상대적으로 매우 낮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대 우방이라는 미국에서조차도 주변학에 머물러 있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한국학 연구자들의 급속한 고령화 현상과 지나치게 높은 한국계 학자들의 비율이다. 한국학 후속세대의 양성과 외국인 한국학자의 유치노력이 시급하다. 1980년대부터 정부 주도로 해외한국학 지원사업을 추진해 왔으며 90년대 초 한국국제교류재단(외교통상부 산하)의 창설과 더불어 본격적인 해외 한국학 지원사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부족하고 불안정한 재정으로 인해 기대한 만큼의 성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

최근 한국학 강좌를 운영해 오던 많은 외국대학에서 한국의 재정지원 부족을 이유로 폐강할 수밖에 없음을 호소해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해당 국가에서의 한국학에 대한 지원을 기대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다른 큰 나라에 비해 우선 순위에서 밀리고 한국학에 대한 수요조차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학 연구를 진흥하기 위해 정부와 민간 기업이 힘을 모아야 할 때이다.

특히 민간 기업의 해외 한국학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절대적으로 요청되고 있다. 일본국제교류기금이 미국에 별도의 민간재단을 만든 것도 참고할 만하다. 일부 외국인 한국학자들은 아직도 국고지원금에 거부감을 표시하고 있다는 사실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먼저 정부가 체계적인 정책 방향을 제시하고, 기업들이 최대한의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해외 한국학에 대한 투자의 성과는 장기적으로 해외 시장을 통해 민간 기업에게 돌아간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정부가 할 일은 우선 해외 한국학 지원 예산의 규모를 늘리는 일이다. 일본의 100분의 1이라는 규모는 문제가 있다. 따라가지는 못할지언정 10분의 1이나 5분의 1 수준에는 미쳐야 한다. 분산되어 있는 해외 한국학 지원 업무의 일원화와 전문화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한국학 진흥은 재정지원의 규모 증대만으로 이루어질 수 없다. 한국학 교수요원 양성, 해외 한국학 연구인력 재교육, 한국학 교재의 개발, 세계적인 네트워크를 통한 공동연구 등 많은 기능이 효과적으로, 유기적으로 추진될 때 한국학 진흥이 가능하다. 교육부 산하 한국학술진흥재단과 한국학중앙연구원, 외교부 산하 국제교류재단에 분산되어 있는 업무를 한국학 전문연구 및 교육 기관인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관리하도록 일원화하는 문제를 심각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

문화의 세기라고 불리는 21세기에도 한국학이 일본학이나 중국학의 아류로 남아 있느냐, 일본학이나 중국학의 그늘에서 벗어나 세계 학계에 독자적인 모습으로 우뚝 설 수 있느냐 하는 것은 국가의 정책 의지에 달려 있다. 비관할 필요는 없다. 최근 한국의 경제 발전에 따라 아시아, 중남미, 아프리카와 동유럽 등에서 한국학에 대한 관심은 점차 확대되고 있다. 이렇게 자생적으로 움트기 시작한 해외에서의 한국학이 제대로 성장해 한국인, 한국 문화, 한국 상품에 대한 이미지 개선에 기여하도록 해야 하며, 바로 그것은 우리가 해야 할 몫이다.

윤덕홍 한국학중앙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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