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의 ‘이유 없는 급등’이 거듭되고 있다.
상당수 재건축 단지들이 개발이익환수제에 따른 임대주택 건립과 소형평형 의무건립 등의 규제에도 불구하고 급등세를 이어가 지난 해 ‘10·29 대책’ 이전 시세에 육박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상 급등을 보인 단지들은 향후 집값 상승이 꾸준히 이어지지 않으면 수익을 낼 수 없는 한계에 이르렀다"며 거품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 얼마나 올랐나 = 10일 업계에 따르면 개발이익환수제 적용을 피한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1단지 15평형은 한달 새 무려 9,000만원이나 올라 9억1,000만원선을 호가하고 있다. 서초구 반포동 반포주공2단지 25평형도 3월초 시세(8억8,000만원)보다 6,000만원이나 올라 9억4,000만원대에 육박한다.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1단지 15평형과 잠원동 한신5차 35평형 등도 같은 기간 평균 5,000만원 가량씩 상승했다.
부동산정보제공업체 부동산114의 재건축 시세 조사에서도 개발이익환수 제외 단지가 많은 송파구는 올 들어 지난 주말까지 무려 17.70%나 올랐다. 강동구(13.82%)와 강남구(10.59%) 등도 10% 가 넘는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는 강남 재건축 단지가 집값 폭등의 도화선이 됐던 2002년과 비슷한 상승세다.
이유 없는 급등 부동산 전문가들은 물론 일선 지역 중개업소 관계자들도 이상 급등 현상에 대해 별다른 설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강남권 재건축 물량을 노리는 대기 수요가 꾸준히 뒷받침되고 있어 높은 호가라도 한 두건 매매가 성사되면 곧바로 호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 최근 이상급등을 설명할 수 있는 근거라면 근거.
잠실동 명성공인 이무현 실장은 "일반 단지가 매수·매도 호가 조정을 거쳐 거래가 되고 가격이 만들어지는 구조와는 달리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는 부르는 값에 팔리면 그게 시세"라며 "수백, 수천가구 중에 1~2개 오른 집이 나머지 가격을 끌어올리는 비정상적인 구조가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인근 G공인 관계자는 "최근 시세는 매매거래를 통한 가격이라기보다 일부 중개업소와 조합원들이 만든 허수로 봐도 될 것"이라며 "실체 없는 가격이 된 지 오래됐다"고 전했다.
◆ 수익성 의문 = 강남권 재건축 추진 단지들의 현제 시세는 재건축 후 평형을 기준으로 볼 때 대부분 평당 2,500만~3,000만원을 넘어선 상태다. 조합원 추가 분담금이나 향후 배정 평형 등 수익성을 철저히 따져보지 않을 경우 주변 시세보다 크게 높은 가격에 사는 낭패를 볼 수도 있다.
특히 개발이익환수제에 따라 임대주택을 짓고 소형 평형 의무건립에 따라 전용 25.7평 이하를 60% 이상 지을 경우 수익이 당초 예상을 크게 밑돌 공산이 크다.반포동 H공인 관계자는 "모든 단지는 아니지만 평당 3,000만원을 육박하는 시세는 대부분 거품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건설교통부는 구조 안전에 문제가 없어 재건축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되는 아파트에 대해서는 직권으로 안전진단 조사권을 발동, 시설안전기술공단에 의뢰해 구조 안전 여부를 조사할 계획이다. 또 층고 제한을 받지 않는 3종주거지역내 일부 초고층 재건축 추진 단지에 대해서도 집값 안정에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층고를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전태훤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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