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의원연맹이 뒤틀린 한일관계의 실마리를 찾아내는 막후 역할을 할 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한의원연맹 회장인 모리 요시로(森喜朗) 전 일본총리가 8일 한일의원연맹 회장인 열린우리당 문희상 의장에게 친서를 보내고, 이 달 중 한국을 방문키로 하는 등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모리 전 총리가 방한 때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의 메시지를 갖고 올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모리 전 총리는 이날 일본 자민당의 고바야시 유타카(小林溫) 참의원 의원을 통해 문 의장에게 친서를 전달, 방한 의사를 전했다. 친서에는 "한일간 긴장이 계속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에 다각적인 외교 채널을 가동하는 것이 좋겠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었다. 모리 전 총리는 "일본의 의원들에게 한국을 자극하는 발언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고 전했다. 문 의장은 "좋은 의견이다"며 "한일간 불편한 문제를 협의하는 일정을 빠른 시일 내에 만들자"고 화답했다.
일각에서는 "친서에 고이즈미 총리가 노 대통령에게 보내는 화해 메시지가 들어 있다"는 관측을 제기하기도 했다. 우리당 전병헌 대변인은 10일 "고이즈미 총리의 메시지는 없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고바야시를 면담한 한나라당 고위관계자는 "지난 7일 모리 전 총리와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 전 총리가 고이즈미 총리와 오찬을 하면서 3가지를 조언했다고 들었다"고 밝혔다. 두 전직 총리의 조언은 ▦한국 국민 감정을 자극하는 발언을 자제하고 ▦이 같은 발언을 한 인사를 엄중 문책하며 ▦한일 정상회담 조기 개최 등이다. 양국 갈등을 풀려는 일본측의 구체적인 움직임이 감지됐다는 것이다.
전병헌 대변인도 "모리 전 총리의 친서에 고이즈미 총리와 협의를 했다는 언급은 있다"면서 "다각적인 방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자는 의중임을 추론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 모리 전 총리가 고이즈미 총리와 같은 계보인데다 아주 가까운 사이이기 때문에 갈등을 풀자는 의중이 일본 정치권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다.
특히 모리 전 총리의 방한은 양국 정치권 차원의 논의를 본격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을 낳고 있다. 한나라당 전여옥 대변인이 "고바야시 의원이 8일 박근혜 대표를 면담한 자리에서 모리 전 총리가 방한할 때 고이즈미 총리의 메시지를 갖고 올 것이라고 전했다"고 밝힌 점도 주목된다. 고이즈미 총리가 정부 차원에서 내놓기 어려운 제안을 모리 전 총리를 통해 전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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