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성원제(33)씨 집에는 유선전화기가 없다. 집으로 걸려오는 전화를 모두 휴대폰을 통해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집안에 있는 동안은 휴대폰으로 거는 통화에도 저렴한 유선전화 요금이 적용된다. 성 씨는 휴대폰으로 찍은 사진도 프린터에 무선으로 전송해 출력한다. MP3폰으로 음악을 들을 때는 디지털 음질을 살려주는 무선 헤드폰을 활용한다. 모두 휴대폰에 ‘블루투스’(Bluetooth) 기능이 내장되면서 가능해진 일이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휴대폰 시장에 블루투스 기능을 가진 제품이 본격 보급되면서 이를 활용한 융·복합(컨버전스) 서비스도 활기를 띠고 있다. 지난해 7월 삼성전자가 국내에 첫 블루투스폰을 선 보인데 이어 지난달 LG전자가 ‘LG-KF1200’을 내놨고, ‘이건희폰’과 ‘벤츠폰’에 이은 삼성전자의 야심작 ‘블루블랙폰’(SPH-V6900)도 블루투스폰으로 출시됐다. 국내에 판매된 블루투스폰은 총 10만대. 연말까지 50만대 이상이 보급될 전망이다.
블루투스폰을 활용한 대표적인 서비스는 KT의 유·무선 컨버전스 서비스 ‘듀’(DU:)다. 집전화에 블루투스 무선접속장치(AP)를 달아 사용하는데, 집안에 들어서는 순간 휴대폰이 집전화와 자동으로 접속되면서 집으로 걸려오는 전화를 휴대폰으로 받고, 휴대폰으로 유선전화를 걸 수 있다. 휴대폰이 집안의 무선전화기 역할까지 해주는 셈이다. KT 관계자는 "메가패스 사용 가정에서는 휴대폰 벨소리나 모바일 게임을 내려 받기 위한 무선인터넷 접속비도 무료"라고 강조했다. KT는 블루투스폰의 보급에 힘입어 현재 3만명 수준인 듀 서비스 가입자를 연말까지 20만명으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블루투스를 지원하는 포토프린터로는 삼성전자의 ‘SPP2040’, 한국코닥의 ‘프린터독’, 한국HP의 ‘포토스마트375’ 등이 있다. 프린터 업계 관계자는 "프린터를 무선으로 간편하게 연결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휴대폰 사용자들의 프린팅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삼성전자의 블루블랙폰은 스테레오 무선 헤드폰으로 MP3 음악을 즐길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친구들끼리 블루투스폰을 마주 대고 모바일 대전 게임을 벌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동통신 사업자들에게는 별로 즐거운 소식이 아니다. 블루투스 활용이 늘어나는 만큼 이통사의 무선인터넷 접속료 수익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인터넷 사진 출력업체나 모바일 게임 업체도 불리한 입장이다. 이통업계 관계자는 "듀 가입자가 늘어나면 KT의 유선 수익은 늘어나지만 KTF의 통화료 수익과 무선인터넷 접속 수익은 줄어든다"며 "이통사의 수익 100원이 KT로 인해 30~40원 줄어드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 블루투스(Bluetooth)란
가까운 거리의 전자기기끼리 정보를 주고 받는 무선통신기술이다. 리모콘에서부터 무선 전화, 무선 인터넷, 고품질의 디지털 음악 전송에 이르기까지 적용분야가 다양하다. 10세기 덴마크와 노르웨이를 통일한 바이킹 헤럴드 블루투스의 이름에서 따왔다. 개인용 컴퓨터와 휴대전화 및 각종 디지털 기기 등을 하나의 무선통신 규격으로 통일한다는 상징적 의미를 갖고 있다. 처음에는 프로젝트 명으로 사용되다 브랜드 이름으로 발전했다.
정철환기자 ploma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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