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드로버’ 와 소형차 ‘미니’로 유명한 자동차 제조업체 MG 로버사가 파산위기를 맞아 영국이 떠들썩하다. 영국의 마지막 남은 자동차회사로 불리는 로버사를 살리기 위해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팔을 걷어붙이는 모습을 보였다. 블레어 총리는 8일 교황 요한 바오로2세의 장례식 참석에 앞서 로버사 현지 공장이 위치한 웨스트 미들랜드를 직접 방문하기도 했다.
그러나 실제로 영국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파트리샤 휴이트 통상산업부 장관은 "영국정부는 로버사의 회생을 위해 추가적인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을 것"이라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최근 수년간 실책만 거듭해온 로버사의 마지막 희망은 중국의 최대 자동차 제작사인 상하이자동차(SAIC)와의 합작이었다. SAIC는 유럽 대륙 진출을 위해 영국과 중국에서 자동차를 생산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로버사는 이를 위해 1억 파운드(미화 1억8,700만 달러)에 달하는 영국 정부의 브리지론이 필요하다면서 긴급 구제금융을 요청했다. 그러나 영국 정부는 고민 끝에 1억 파운드의 공적자금을 지원해서까지 쓰러지는 기업을 살리는 부담을 감당할 수 없다는데 최종 의견을 모았다. 영국 정부는 파산으로 피해를 입게 될 2만 여 개에 달하는 부품 업체들에 대한 지원만을 약속했다.
SAIC도 "로버의 모회사인 피닉스벤처 홀딩스가 향후 2년간 예상되는 손실을 충당한 충분한 현금이 없다"며 "지불능력의 확신이 없는 상황에서 구제금융 조치가 없을 경우 협상이 성사되기 어렵다"고 발을 빼려 하고 있다.
101년 전통의 로버사가 이같이 궁지에 몰리게 된 것은 신차 개발 부진 때문이다. 로버사는 2000년 생산규모가 18만대에서 2003년 14만대로 줄어들었고 이기간 손실규모도 2배 이상 늘었다. 중국 SAIC사의 로버 인수협상이 최종 결렬될 경우, 로버사의 101년 전통도 한 순간에 사라질 위기를 맞고 있다.
장학만기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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