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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사이코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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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사이코패스

입력
2005.04.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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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자녀와 부인을 둔 주립대 출신의 50대 가장. 보이스카우트 출신의 시청 공무원. 25년 동안 마을 교회에서 운영위원장을 맡은 인물.’ 지난달 미국에서 희대의 연쇄살인범 ‘BTK(묶고 고문하고 죽인다는 뜻으로 범인이 스스로 붙인 이름)’ 가 검거되자 전국이 충격에 빠졌다. 1974년부터 최소한 10명을 살해한 용의자를 31년 만에 잡고 보니 평범한 시민이었기 때문이다. 영국에서 23년에 걸쳐 215명의 환자를 살해한 혐의로 2001년 붙잡힌 ‘죽음의 의사’ 해럴드 시프먼도 존경받는 의사였다. 그러나 그는 단 한건도 자신의 유죄를 인정하지 않았다.

■ 겉은 멀쩡하면서도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는 반 사회적 성격장애자를 일컫는 ‘사이코패스(psychopath)’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것은 1920년대 독일학자 슈나이더다. 그는 발정, 광신, 자기현시, 의지결여, 폭발적 성격, 무기력 등 10가지 특징을 사이코패스에 속하는 인격 유형으로 규정했다. 일본의 범죄심리전문가 니시무라 유키는 사이코패스를 "정장 차림의 뱀"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사이코패스의 정신병질(精神病質)은 내부에 잠재돼 있다가 범행을 통해서만 밖으로 드러나기 때문에 주변에선 전혀 알아차리지 못한다고 한다.

■ KBS1 TV ‘KBS 스페셜’이 어제 연쇄살인범 유영철 사건을 계기로 사이코패스에 대해 조명했다. 유영철은 3차례 사이코패스 검사에서 전형적인 사이코패스로 판명됐다. 흥미로운 것은 사이코패스에 유전적, 생물학적 비밀이 있다는 미국 브르크하멜 국립연구소 연구결과다. 감정을 지배하는 전두엽 기능이 일반인의 15% 밖에 되지 않아 타인의 고통에 무감각하고 양심의 가책을 잘 느끼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공격성을 억제하는 분비물인 세로토닌이 부족해 사소한 일에도 강한 공격성을 보인다고 한다. 이는 치료와 교화가 쉽지 않다는 점을 보여 준다.

■ 사이코패스는 생물학적 요인에 현대 사회의 병폐라는 환경적 요인이 결합돼 있다. 따라서 유일한 해결책은 이런 특징을 조기에 발견해 환경적 요인을 제거해 주는 것뿐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문제는 약육강식과 정글의 법칙이 판치는 사회에서 사이코패스의 출현은 필연적이라는 것이다. 사이코패스의 등장은 그 사회가 얼마나 황폐화했는지를 보여주는 척도인 셈이다.

이충재 논설위원 c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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