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무부는 최근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 문제와 관련, "다른 나라들이 제기하는 우려를 알고 있다"면서 "이러한 논란이 계속 이어지는 것은 불행한 일"이라고 밝혔다. 미 국무부가 일본의 교과서 왜곡에 대해 공식적인 우려를 표시한 것은 처음으로 이를 둘러싸고 한일 및 중일 간에 고조되고 있는 갈등에 큰 부담을 느끼기 시작했음을 시사한다.
미국은 그동안 국력이 날로 상승하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일동맹 강화에 치중하면서 동북아시아의 역사적 경험을 외면해 왔다. 우리는 미국이 균형 잡힌 시각으로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으로 촉발된 갈등의 본질을 바로 보고 동북아에서 불필요한 긴장이 고조되지 않도록 적절한 역할을 해 주기를 기대한다. 이런 맥락에서 미국이 유엔개혁 시한 설정에 반대입장을 표명, 사실상 일본의 연내 안보리 진출 무산에 일조한 것을 주목한다.
국제사회에서는 벌써부터 일본의 과거사 문제 해결 자세에 대해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져 왔다. 코피 아난 유엔사무총장이 지난 7일 일본에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에 앞서 2차대전 때 저지른 범죄행위를 반성하고 사죄해 이웃 나라들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고 촉구한 것도 그 하나다. 일본 제국주의의 과거가 오늘날에도 동아시아 국가들 사이의 관계를 저해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최신호 지적도 일본은 뼈아프게 들어야 한다. 침략의 과거사를 반성하기는커녕 오히려 미화하려는 일본의 뒤틀린 극우 애국주의는 침략 피해국들의 반일감정과 민족주의를 촉발시키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중국에서 격화하고 있는 반일시위는 심상치 않은 사태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일본은 이제 편협하고 퇴행적인 과거사 인식에서 벗어나 국제사회와 주변국들의 눈 높이에서 자신들을 되돌아봐야 한다. 일본이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는 길은 이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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