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인 9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의 한 박람회장. ‘국내 최대의 음식 축제’ ‘세계를 맛보자’ 등 홍보 문구에 끌려 가족, 친구와 삼삼오오 행사장을 찾은 시민들의 얼굴에 실망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세계 각국의 온갖 음식을 접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은 불과 대여섯 나라가 참가국의 전부라는 사실에서 대번에 깨지고 만다. 그나마 한두 나라는 참가가 무산됐는지 휑한 전시대에 ‘한 줄에 1,000원’ 하는 김밥이 올라가 있다.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관광 음식’은 대부분 서울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것들이다.
8,000원이나 하는 입장료를 지불한 관람객들은 대신 무료시식 행사가 있는 곳으로 몰려들었다. ‘에라, 본전이나 뽑자’는 타산적 심리가 발동하는 모양이다. 전시장 한쪽에 설치된 임시 ‘국밥집’에는 사람들이 먹고 아무렇게나 던져 놓은 빈 그릇이 쌓여 냄새가 진동했다.
이 박람회는 ‘후원기관’이란 이름으로 발을 걸쳐 놓은 정부부처가 여섯개나 된다. 문화관광부 보건복지부 노동부 농림부 해양수산부 산업자원부…. ‘많은 부처들이 후원했으니 확실하겠지’라고 믿고 박람회장을 찾은 시민들이 느낀 ‘공복감’을 이들 부처가 보상할 리 만무하다.
만약 박람회가 관련업자들만을 위한 폐쇄적인 행사라면 ‘그들만의 방식’으로 운영한다 해도 할 말이 없다. 그러나 시민을 대상으로 표를 팔고 대대적 홍보를 한 박람회라면 그만한 ‘볼거리’ ‘즐길거리’를 준비해야 마땅하다. 박람회는 해당산업을 국내외에 알리고 비즈니스도 하는 축제의 장이다. 그러자면 먼저 일반 관람객들에게 풍부한 재미와 감동을 선사해야 한다.
이날 박람회가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소홀한 점이 있던 것 같아 아쉬웠다.
김신영 경제과학부기자dalg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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