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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교황의 商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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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교황의 商道

입력
2005.04.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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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유타주 브리검 영 대학에서 조직행동을 가르치던 스티븐 코비가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The 7 Habbits of Highly Effective People)’을 출간한 것은 55세이던 1989년이다. 일을 주도하라, 윈-윈 전략을 추구하라, 남의 말을 먼저 듣고 남을 이해시켜라, 시너지를 활용하라 등등의 메시지는 지금 보면 별 것도 아닌 것 같지만, 적자생존의 정글논리가 지배하던 당시 비즈니스 세계는 물론 개개인의 삶에 던진 충격과 파급효과는 거의 혁명적이었다. 미국에서만 2,000만권, 우리나라에서도 150만권 가까이 팔린 이책 한 권으로 그는 기업인들의 ‘구루(영적 스승)’반열에 올랐다.

■ 이책의 속편인 ‘8번째 습관-효율성에서 창의성으로’가 나온 것은 그로부터 무려 15년이 흐른 지난해 연말이다. 코비가 그토록 고민한 끝에 던진 메시지는 ‘네 목소리를 찾아라.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자신들의 목소리를 찾도록 영감을 줘라’다. 선문답 같은 말의 뜻은 ‘뭔가 남들과 다르고 싶은 열망을 실현하고 남들에게 기여하는 삶을 찾아라’란다. 자신에게 충실하고 타인과의 관계를 잘 맺는 것이 진정한 성공이라는 그의 철학이 다시 한번 드러난 셈이다.

■ 코비를 비롯한 미국의 경제·경영학계 전문가들이 지난 3일 선종한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삶에서 기업인들이 배울 덕목을 ‘7가지 교훈’으로 정리했다고 USA투데이가 보도했다. "진솔한 사랑과 확고한 신념으로 자신을 반대하는 사람들조차 반하게 만들며 스스로 희생하고 실천한 교황의 삶이야말로 오늘날 기업인들이 따라 해야 할 행동강령"이라는 뜻에서다. 몸으로 실천하라, 희생하라, 솔직하라, 두려워 말라, 많이 알고 생각하라, 대화하라, 영감을 줘라, 등으로 요약되는 경구는 보통 사람들도 한 번쯤 새겨볼 만하다.

■ 요한 바오로 2세를 영원한 안식에 들게 하는 지상 최대의 장례식이 어제 바티칸의 성 베드로 광장에서 거행됐다. 인구 300만명의 로마를 점령한 400만명의 추도 인파는 지위와 인종을 가릴 것 없이 영적 카리스마와 세속적 친화력으로 가난한 사람을 돌보고 신자유주의와 싸우며 평화를 위해 노력한 교황을 애도했다. 약삭빠른 사람들은 장례 특수를 계산하느라 주판알을 튕기고 그를 폄하하는 이설(異說)도 적잖이 제기되지만 지구는 이미 영적 감화로 충만해 있다. "하느님, 모든 이들에게 상을 내리소서."

이유식 논설위원 y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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