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마스터스'도 올 시즌 미국 프로골프협회(PGA)투어에 감돌고 있는 ‘악천후의 악령’을 피해 가지는 못했다.
7일 밤(한국시각)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내셔널골프장(파72·7,270야드)에서 열릴 예정이던 PGA투어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마스터스골프대회가 천둥번개를 동반한 폭우로 5시간 반 동안 지연된 끝에 첫날 92명중 23명만이 18홀을 마친 채 일몰로 경기를 중단했다. 이로써 올 시즌 열린 15개 대회 중 절반이 넘는 9개 대회가 악천후로 경기운영이 차질을 빚었다. 대회 조직위원회는 8일 밤 1라운드 잔여 경기를 치른 뒤 곧바로 1번홀과 10번홀로 나눠 2라운드를 계속할 예정이다.
관심을 끌었던 ‘빅4’ 대결에서 일단 ‘넘버1’ 비제이 싱(피지)과 디펜딩 챔피언 필 미켈슨(미국·랭킹4위)이 한발 앞서 나갔다. 리더보드 맨 윗줄은 14번 홀까지 4타를 줄인 PGA투어 3승의 크리스 디마르코(미국)가 차지했다.
1번홀에서 출발한 싱은 11번홀까지 버디 3개, 보기 1개로 2언더파를 기록, 공동 4위에 올랐고 역시 1번홀에서 시작한 미켈슨도 11번홀까지 버디 4개, 보기 2개로 싱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4번째 그린재킷과 동시에 ‘넘버1’ 탈환을 노리는 타이거 우즈(미국)는 경기가 잘 풀리지 않아 12번홀까지 버디는 1개만 잡으며 보기를 3개난 범해 2오버파로 공동 36위권에 머물렀다. 올 시즌 PGA투어 첫 승으로 마스터스 우승을 노리고 있는 ‘넘버3’ 어니 엘스(남아공)는 11개홀에서 3개를 더 쳐 공동 47위에 그쳤다.
‘탱크’ 최경주(나이키골프)는 12개 홀을 돌며 이븐파로 선전했다. 10번홀에서 티오프한 최경주는 10번홀(파4), 12번홀(파3)에서 1타씩을 잃었지만 15번홀과 2번홀 (이상 파5)에서 버디를 잡으며 잘 버텨 공동 11위에 랭크됐다. '빅4'의 그늘에 가려 있지만 US오픈을 두차례나 제폐한 세계랭킹 5위 레티프 구센(남아공)도 13번홀까지 2언더파로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다.
박희정기자 jpark@hk.co.kr
■ 이모저모/ 이글이 보기로…우즈 ‘유리알 그린’에 땅쳐
○…마스터스 첫날 폭우가 쏟아졌으나 ‘유리알 그린’으로 악명 높은 오거스타내셔널골프장의 그린이 자태를 변함없이 유지해 선수와 갤러리가 혀를 내둘렀다. 마스터스에 첫 출전한 테드 퍼디(미국)는 "그린 상태가 바뀌려면 아마도 엄청난 양의 비가 쏟아져야 할 거 같다"면서 "도대체 그린에 어떤 장치를 했는지 모르겠다. 마치 대형 우산을 받쳐놓은 듯 하다"고 감탄했다.
○…타이거 우즈가 대회 첫날부터 불운에 치를 떨었다. 불운의 시작은 13번홀(파5). 빠르고 경사가 가파른 그린 탓에 이글 찬스가 졸지에 보기로 바뀌는 황당한 일을 당한 것. 우즈는 내리막 훅 라이의 퍼트를 시도했으나 공이 홀을 지나자 급경사를 타고 그린 밖으로 굴렀고 결국 그린 앞 ‘래의 개울’에 빠지고 말았다. 물속에서 4번째 샷을 칠 수도 있었지만 우즈는 벌타를 받고 처음 퍼트했던 지점에서 다시 퍼트에 나섰고 결국 파세이브에 실패했다. 14번(파4), 15번홀(파5)에서 아쉽게 버디와 이글 퍼트를 놓친 우즈는 1번홀(파4)에서는 잘 맞은 아이언샷이 깃대를 맞더니 뒤로 굴러 벙커로 빠지는 황당함도 겪어야 했다.
○…1970년 대회 우승자 빌리 캐스퍼(73)는 16번홀(파3)에서 무려 14타만에 홀아웃하는 곤욕을 치렀다.
캐스퍼는 첫 티샷을 물에 빠트린 뒤 4번의 샷을 모두 물에 집어넣었고 6개째 볼을 겨우 그린에 올렸다.
물에 빠질 때마다 쌓인 벌타 때문에 6차례 샷을 했을 뿐이지만 이미 타수는 11타에 이른 캐스퍼는 설상가상으로 3퍼트까지 저질렀다. 1950년 허먼 배런이 세운 16번홀 최다 타수기록(11타)을 훌쩍 넘긴 캐스퍼는 34오버파 106타로 1라운드를 마감, 56년 찰스 컨클의 대회 18홀 최다타수(95타)도 경신하는 불명예를 안았다.
◆ 단골 꼴찌 듀발 ‘깜짝 선전’
○…PGA투어 대회 단골 꼴찌로 추락한 전 세계랭킹 1위 데이비드 듀발(미국)이 ‘깜짝’ 선전을 펼쳤다. 1번홀을 출발한 듀발은 6번홀까지 버디만 2개를 잡아내며 2언더파로 한때 리더보드 상단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보기만 4개를 연발하는 들쭉날쭉한 플레이로 3오버파 75타를 기록, 공동 47위로 1라운드를 마쳤다. 그러나 듀발이 마스터스에 마지막으로 출전해 예선 탈락한 2003년 2라운드때 기록한 11오버파 83타보다는 훨씬 잘했다는 평가. 96년부터 지난해까지 8차례 마스터스에 출전한 듀발은 2차례나 준우승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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