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전인 1905년 천재 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은 현대 물리학의 태동을 가능하게 한 3가지 이론을 발표했다. 시간과 공간의 절대성을 부정하고 시공의 상대성을 제시한 특수상대성 이론, 빛에 대한 입자적 해석을 제시한 광전효과 이론, 입자의 운동을 산출한 브라운 운동 이론 등 3가지 이론은 세계인을 현대사회로 안내한 새로운 나침반이었다.
이 위대한 물리 업적을 발표한 해를 기념하기 위해서 2002년 10월 국제물리연합(IUPAP)에서 ‘2005 세계 물리의 해’ 선언 결의안을 채택했고 이듬해 11월 유네스코에서 지원 결의를 했다. 그리고 작년 6월 유엔 총회에서 올해를 ‘2005 국제 물리의 해’로 선언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해 과학기술부가 올해를 물리의 해로 지정하고 국회에서는 관련 행사 등에 대한 지원 결의안을 채택했다.
이는 물리학이 과학·기술 발전에 주된 역할을 해 왔으며 인간의 삶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음을 잘 인식하지 못하는 일반 대중이나 정책 수립자들을 깨우치려는 목적도 있다. 이런 이유로 국제 물리학계도 2005년을 물리의 해로 선포했다.
현재 한국물리학회에서는 행사조직위원회를 구성하여 다양한 기념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국내의 주요 행사로는 빛의 축제, 청소년물리홍보대사 선발, 물리학회 학술 발표, 일반 강연 등을 짜임새 있게 준비 중이다.
여러 행사 중에서 일반 대중의 주목을 끌 행사가 빛의 축제이다. 아인슈타인 타계 50주기를 맞아 오는 18일 미국 프린스턴에서 시작해 빛을 24 시간 이내에 전 세계인이 중계하여 지구를 한 바퀴 돌게 하는 행사이다. 미국 서부에서 광케이블을 통해 전달되는 신호는 19일 오후 8시에 부산에 도착하여 1시간 동안 국내에 머문 후 오후 9시에 중국으로 전달된다. 부산을 출발한 빛은 울산→포항→독도→대구→대전, 그리고 광주→전주→대전의 두 갈래로 나뉘어 릴레이되다가 대전에서 합쳐져 대전→청주→서울로 이어진다. 각국 물리학계의 협력을 강화하고 세계인의 화합과 물리학에 대한 일반인의 친근감을 높이기 위한 행사이다.
끝으로, 물리의 해를 맞아 밝혀 두고자 하는 것은, 물리학은 한 국가의 경제 발전을 위해서뿐만 아니라 인류 전체의 정신문명 발전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기본과학이라는 점이다. 물리학이 없는 현대 물질문명은 존재할 수도 없고, 물리학이 없는 현대인의 자연에 대한 이해 또한 생각할 수 없다. 아인슈타인과 같은 또 다른 천재가 우리 세대에 등장하기를 바란다면 우선은 물리학, 수학, 철학을 어린 시절부터 익혀나가도록 해야 한다. 실증주의가 19세기 말부터 물리학의 발전에 미친 영향이 지대함은 주지의 사실이다.
또한 특허청에 잠시 근무해야 했던 아인슈타인처럼 유능한 인재들이 연구를 떠나야 하는 일이 없도록 충분한 일자리를 제공하고, 훌륭한 연구 결과를 보장할 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물리학과 같은 기초학문의 부실은 곧 인접 응용학문의 부실을 가져올 것이고, 결국 그 사회의 물질문명과 정신문명 모두 제자리 걸음을 면치 못 할 것이다.
국제 물리의 해를 맞아 기초과학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 제고와 국가 정책의 적극적인 변화를 기대해본다.
김채옥 한국물리학회장 한양대 물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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