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의 구조적 문제에 따른 자원배분 왜곡으로 400조원을 넘는 돈이 헛되이 낭비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한상의가 그제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기업투자와 금융시장을 연결하는 파이프라인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1997년 말 190조원 수준이던 단기 부동자금이 지난해 397조원으로 늘어났고, 상장사의 자사주 취득 및 주주배당에 쓰인 돈도 99년 4조6,000억원에서 작년 16조1,000억원으로 급증했다.
또 교육·의료 시장의 개방지연과 해외관광 등에 따른 국부 유출, 선진국의 3~4배에 달하는 자영업 과잉투자, 사업타당성을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국책사업, 이공계 기피 및 고시 지상주의 확산, 조기유학 및 사교육비 급증 등도 수십조원대의 국가자원 낭비를 초래하는 요인으로 꼽혔다.
상의 보고서는 보기에 따라 과장된 측면이 있고 일부는 자본주의 체제에 내재한 시장 실패를 보전하는 비용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2000년 이후 자본과 노동 등 요소생산성 증가율이 급격히 둔화돼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5% 밑으로 떨어졌다는 분석이 나오는 현실에서 GDP의 50%를 넘나드는 천문학적 자금이 투자-고용-생산-소비의 선순환구조를 이탈해 머니게임 등으로 떠돈다면 심각한 문제다.
좀 다른 얘기지만 새만금 간척, 천성산 터널, 사패산 터널, 경인운하, 계룡산 관통도로 등 6개 국책사업이 환경단체의 생태지상주의로 지연돼 이미 4조원 넘는 손실을 봤고, 앞으로 이들 사업이 잘못되면 35조원 이상의 부가가치 창출이 물거품이 된다는 상의 보고서도 있다. 이쯤 되면 "한국의 동북아 허브 구상은 중국을 의식한 임시 변통일 뿐"이라며 참여정부의 ‘NATO(No Action Talk Only)’행태를 꼬집은 주한 유럽상의 회장의 말에 화낼 것도 없다. 정부는 거의 매일 쏟아내는 혁신과 로드맵의 지향점이 어디인지 다시 한번 살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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