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소리 ‘흥보가’로 만든 그림책이다. 판소리 사설 고유의 운율과 장단을 살려서 구수한 글맛을 내면서 알아듣기 힘든 표현은 빼거나 쉽게 고쳤다. 익살스런 내용에 맞게 그림도 익살맞다. 만화적인 과장된 캐릭터가 볼수록 재미있다. 심술 사나운 놀부의 험악한 표정도 웃음이 툭 터지게 생겼고, 가난한 흥부네 식구들의 꼬질꼬질한 행색이며 살림살이도 그냥 처량하기만 하지 않고 유머러스하다.
판소리가 본래 노래인 만큼, 소리 내어 읽으면 더 즐겁다. 놀부가 혼 나는 대목을 볼까. 박을 타니 튀어나온 각설이패가 놀부네 살림을 때려부순다. "아따, 여기 자개장!" 와지끈 뚝딱 꽈당탕탕! / "이크, 이건 경대!" 와장창창 쨍그랑 그랑랑! /"여기 반닫이 문갑!" 우지직 쿵쾅 빠각빠각! / "은주전자, 촛대, 대야, 요강!" 괭그랑 찌걱 와그장창! / "문짝도 부숴보자!… 와싹 쾅 삐이거거걱!"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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