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쪽의 방직기계를 실은 평양행 트럭들이 8일 경의선 도로를 거쳐 개성에 도착했다. 평양에 오는 6월까지 방직공장을 건설, 대마를 원료로 삼베 의류를 생산할 예정인 ㈜안동대마방직의 기계들이다. 대북 지원용 물자가 아닌 상업용 물자가 육로로 평양까지 전달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오전 11시 방직기 36대를 나눠 실은 8.5톤 트럭 20대가 군사분계선을 통과해 개성시 봉동역에 멈췄다. 북한의 대남 경제협력기구인 민족경제협력연합회 관계자 10여명이 물품을 인계 받기 위해 나와 있었다. 개성부터 평양까지의 수송은 북측이 맡기로 했기 때문이다. 안동대마방직 관계자들은 북측에 트럭 운행시 주의사항을 교육하기도 했다.
김정태 안동대마방직 회장은 인계행사에서 "평양 공장이 성공하면 북한의 농업도 살릴 수 있고 남쪽 경제에도 도움이 되는 협력모델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측 관계자는 "고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의 소떼 방북처럼 북남 경제협력의 새로운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화답했다.
안동대마방직은 지난해 2월 민경련 산하 새별총회사와 합영방식으로 평양대마방직을 설립한 뒤 황해도 해주와 사리원 등지에서 재배한 대마로 양말 속옷 등을 생산하고 있다. 이번에 전달되는 기계는 평양 시내 동대원 구역에 건설 중인 새로운 공장에 배치된다.
한편 지난해 12월 이후 처음으로 남쪽 행사 참가자에게 개방된 개성 시내는 진입도로부터 아스팔트 포장공사가 한창이었다. 시내 풍광은 4개월 사이 큰 변화는 없었으나 거리 곳곳에 ‘주공전선은 농업전선’, ‘결정적 전환의 시기’ 등의 붉은 색 구호가 새로 등장한 게 눈에 띄었다. 북측 관계자는 "올해가 그 만큼 우리에게 중요하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북측 인사들은 6자회담과 남북관계 전망을 묻는 질문에 "곧 좋은 일이 있지 않겠느냐"고 입을 모았다. 한 관계자는 조류독감과 관련, "평양 인근 양계장의 닭을 모두 처분해 요즘 닭 구경을 못한다"고 말해 피해가 심각함을 인정했다.
개성=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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