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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자 춘추] 인터넷‘막 글’문화 반성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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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자 춘추] 인터넷‘막 글’문화 반성을

입력
2005.04.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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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는 반성적 행위다. 일회적 운명인 말과는 달리 글은 기록으로 남는다. 그래서 글은 높은 정신적 긴장을 요구한다. 그러나 인터넷이 보편화하고부터 말과 글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다. 글이 글로서의 품격을 잃고 말을 닮아가고 있다. 사담(私談)과 공론(公論)의 구분도 희미해지고 있다.

네티즌에게 글은 더 이상 엄숙하지 않다. 놀이의 대상이 된지 오래다. 익명으로 넘쳐 나는 인터넷 글에서 글로서의 가치와 의미를 가진 것은 ‘뻘 속의 진주’처럼 드물다. 맞춤법 파괴는 둘째 문제다. 인터넷 글쓰기의 가장 큰 문제는 네티즌이 글에 더 이상 정신적 수고를 들이지 않으려 한다는 점이다. 정제되지 않은 단어와 이모티콘의 남발은 그 단적인 예다. 많은 글들이 정신연령을 의심할 정도로 거칠고 조악하다. 그리고 글로 설명하기 귀찮은 부분은 대체로 이모티콘으로 대신한다. 이모티콘을 쓴다는 것은 재치가 아니라, 정신적 긴장의 포기다.

이런 태도는 단순히 글쓰기를 넘어 네티즌들의 생각까지도 가볍게 한다. 정신적 수고와 긴장을 포기한 자리에 맹목적 감상의 일방통행이 넘쳐난다. 자신과 다른 의견을 경청하는 인내력 대신 비아냥과 육두문자부터 쏟아내고 보는 성마름이 집단 내면화해 있다. 우리 사회의 떼거리 문화와 감상적 낭만주의의 득세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열린 사회’로 가기 위해선 모든 사회구성원이 더 많은 자기성찰과, 그로부터 우러나는 타인에 대한 배려와 관심을 내면화해야 한다. 그런 교양이 갖춰지지 않은 지금의 인터넷은 글쓰기의 천국이 아니라, 가치없는 글의 과잉에 의한 글의 나락이다.

이주엽 음반기획사 JNH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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