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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최승호 시인의 말놀이 동시집 - 으~ 으~ 으字가 든 동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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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최승호 시인의 말놀이 동시집 - 으~ 으~ 으字가 든 동시는…

입력
2005.04.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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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놀이를 통해 세상을 배운다. ‘곤지곤지’ ‘잼잼’ 같은 모방놀이를 통해 자연스러운 몸 놀림을 익히고, 냄비 도마 따위 부엌살림을 꺼내 두드리고 굴리면서 사물의 각기 다른 성질을 알아간다. 글이나 말을 가르칠 때도 무작정 앉혀놓고 책을 읽게 하기보다 끝말잇기나 ‘리~리~리자로 끝나는 말은’ 같은 말놀이를 활용하면 훨씬 효과적이다.

‘최승호 시인의 말놀이 동시집’은 문학평론가 유종호씨가 추천글에 적었듯이 "말놀이를 통해 낱말을 익히고 소리와 뜻의 이모저모를 엿보고 맛보게 하는 재미난 동시들"을 묶은 것이다. 시집 ‘대설주의보’ ‘그로테스크’ 등을 내고 김수영문학상 이산문학상 등을 수상한 최승호 시인의 첫 동시집인데, 구성이 퍽 독특하다. 가, 나, 다, 라… 거, 너, 더, 러… 등 자음 14개와 단모음 6개가 만나 만들어진 글자를 왼쪽 페이지에 커다랗게 적고, 오른쪽에는 그 글자가 들어가는 낱말들을 넣어 지은 동시 84편을 실었다.

‘라’편에 실린 ‘귀뚜라미’를 보자. ‘라미 라미/ 맨드라미/ 라미 라미/ 쓰르라미/ 맨드라미 지고/ 귀뚜라미 우네/ 가을이라고/ 가을이 왔다고 우네/ 라미 라미/ 동그라미/ 동그란/ 보름달’ 노래하듯 읊다 보면 ‘라’자가 들어가는 다양한 낱말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을 뿐 아니라, 귀뚜라미는 가을에 울고 동그란 달을 보름달이라 부른다는 것도 덤으로 알게 된다.

‘저어새야 저어새야/ 고개를 저어라/ 이리저리 저어라/ 저녁까지 저어라/ 저어라 저어라 저어새야/ 배고프면 잠아 안 온단다’(‘저어새’) 고개를 이리저리 저으며 먹이를 잡는 저어새의 습성에서 착안한 이 시처럼 최 시인은 갖가지 동물과 식물, 자연 현상, 사물 등을 등장시켜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자연과의 정서적 교감을 이끌어낸다.

말놀이의 묘미 못지않게 시에 담긴 이야기도 기발하고 재미있다. ‘으슬으슬한/ 으스름 달밤에는/ 으쩍으쩍 호두를 깨자/ 으스러지게 호두를 깨자/ 으흐흐 이 빠졌다’(‘으스름 달밤’) 귀신이라도 나올 듯 으슬으슬한 달밤에 생뚱맞게 호두를 깨 먹다가 난데없이 이가 빠져 ‘으흐흐’ 귀곡성 같은 웃음을 흘리는 광경을 상상해보라. 아이들의 엉뚱한 상상도 생각을 다듬고 말을 벼리면 재미난 시 한 편이 탄생할 수 있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일러준다.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읽으며 시어를 소재로 대화를 나누고, 동·식물도감도 찾아보고, 들로 산으로 관찰여행도 떠나볼 것을 권한다. 책을 다 뗐다면, 84개의 글자를 활용해 직접 동시를 지어보면 어떨까.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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