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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인생9단 - "이놈아, 한 번은 행복해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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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인생9단 - "이놈아, 한 번은 행복해야 해"

입력
2005.04.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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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구치소 교화위원으로 29년 동안 사형수 상담. 법무부 교정대상, 국무총리 인권옹호상. 영암군청 사회복지사 특채 상담실장. 현재 안양교도소 정신교육 강사. 양순자심리상담소장. 이렇게 여러 자로 정리한 이력보다 65세의 양순자(사진) 할머니를 훨씬 간단명료하게 표현하는 말이 있다. ‘인생 9단’. 출판사에서 책 만들자고 지어낸 말이 아니다. 독특한 방식으로 주변사람을 돕고, 고민의 해법을 들려주는 그에게 사람들이 붙여준 별명이다.

‘인생 9단’은 수십년 동안 인생상담전문가로 활동한 양순자 할머니가 세상 고민 혼자서 다 짊어지고 괴로워하는 젊은이 앞에서 ‘해라’체로 투박하게, 뭔가 통쾌하게 만사를 해결해주듯이 풀어놓은 처세론이다. 설혹 실제 해결에 도움이 안 된다 치더라도 듣는 귀에, 받아들이는 마음만은 시원하다.

거칠어도 애정이 담뿍 담긴 이야기 솜씨는 사랑이 단맛만 있는 게 아니라 쓴 맛이 있는 줄도 알아야 한다는 평범한 진리조차도 통쾌하게 들리게 한다. "이제 끝장이다"고 말하는 사람에게는 이번 인생이 끝이 아니라 윤회해서 한 번 더 산다고 생각하라고 조언한다. 사회복지사로 일할 때 늘 힘겹게 사는 정신지체 장애인 가정의 애들을 데리고 슈퍼마켓에 가서, 있는 돈 몽땅, 아니 은행서 찾아서라도 낼 요량으로 사고 싶은 것 다 사라고 했던 경험을 들려주며 "사람은 한 번은 행복해야 한다"고 외친다.

이혼도 할 거라면 제대로 잘 하란다. ‘가능한 한 안 하는 게 좋다.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경우에는 꼭 예행연습, 마음의 준비를 해라. 헤어진 배우자는 잘 나가고 자신은 찌그러져 산다고 해도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을 때까지 연습해라.’ 젊은 사람들이 가끔 이런 질문할 때가 있단다. "할머니, 인생 살 만한 겁니까." 혹시라도 누가 자신 있게 살만하다고 말하면 그 놈이 누구든 간에 혼쭐을 내주고 싶다는 그는 인생을 즐겁다고, 나는 모든 것을 다 감싸 안을 줄 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다만 이 고통스런 인생이 ‘어떻게 하면 살만해 질까’ 고민할 뿐이다.

김범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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